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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이스트 박민솔(24)씨는 지난 23일 자신의 가게를 찾은 손님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다. 의뢰인이 내민 문신 도안에는 심전도 마크와 함께 ‘나는 장기·조직 기증을 희망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박씨는 “이런 문구의 타투 시술 요청은 처음이라 놀랐다”며 “대부분 자신을 위해 문신을 하는데 타인을 위해 하는 문신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어 시술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장기기증’ 문신의 주인공은 세종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4년차 소방관 임경훈(34) 소방교다. 임 소방교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임 소방교는 2010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장기기증을 신청했다. 그럼에도 따로 장기기증 의사를 문신으로 새긴 이유는 만일의 경우 시간 낭비를 줄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싶어서였다.
“사망 후 24시간 안에 기증 절차가 이뤄지고 곧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더 많은 이들이 장기이식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어요. 의사가 절차에 따라 장기기증 여부를 확인할 필요 없이 곧바로 장기기증 희망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문신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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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문신 사진이 SNS를 타고 퍼진 후 제가 문신을 한 타투샵에 장기기증 문신을 하고 싶다는 상담이 여럿 들어왔다고 들었다. 다른 분들도 장기기증을 결심했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아내와 가족들은 좋아하지 않아 문제”라며 웃었다.
임 소방교는 헌혈 왕이기도 하다. 최근 헌혈 100회를 채웠다. 문신을 하면 1년간 헌혈을 못한다는 얘기에 문신 시기를 뒤로 늦추기도 했다.
임 소방교는 전국에서 소방관을 응원하는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많은 분들이 소방관을 보면 ‘안타깝다, 고생한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하는 소방관의 모습만 봐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소방교는 “장기기증 문신을 하긴 했지만 오래오래 현장을 지키며 사람들을 구하는 게 당연한 바람”이라며 “항상 사명감을 갖고 소방관 업무를 수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