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엇갈린 시멘트·울고싶은 레미콘…가격 인상 놓고 '격돌'

시멘트, 원자잿값 폭등에 수익 하락세…내달 추가 인상
레미콘, 시멘트값↑ 여파로 실적 '뚝'…"재인상 수용 불가"
레미콘 연합, 단체행동 예고…규탄대회·집회 등 진행 계획
  • 등록 2022-08-23 오후 2:17:37

    수정 2022-08-23 오후 8:03:09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시멘트 가격 인상을 놓고 시멘트사와 레미콘사 간 충돌이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시멘트사들은 원자잿값 인상으로 양측 모두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고통 분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레미콘사들은 1년에 두 차례에 걸친 가격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체행동을 예고했다.

서울의 한 재개발단지 공사현장에서 레미콘 트럭이 운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멘트사 실적 대부분 하락…“가격 인상 불가피”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멘트사와 레미콘사들은 원자잿값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대부분 실적이 하락했다. 쌍용C&E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86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24억원으로 53.2% 줄었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여파로 공장 가동일수가 감소한 것이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도 분석한다.

삼표시멘트는 상반기 매출은 3293억원으로 29.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7억원으로 17% 감소했다. 한일시멘트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4984억원, 453억원으로 각각 지난해보다 17.9%, 39.8% 줄었다. 한일현대시멘트 매출은 2166억원으로 1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6억원으로 18% 역신장했다.

이들은 이번 실적에 대해 “연초 시멘트 단가 인상분이 반영돼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유연탄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분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상쇄돼 영업이익은 감소했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화물 안전 운임제 상승, 요소수 비용 등 기타 물류비용의 증가는 하반기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려움 가중으로 인해 시멘트 단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실적이 오른 곳도 있다. 아세아시멘트는 매출이 4750억원으로 23.8%, 영업이익은 450억원으로 8% 증가했다. 성신양회 매출은 4859억원으로 18% 늘었고 영업이익은 165억원으로 87.8% 증가했다. 이들은 “지난해 계약을 통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유연탄을 사용해 실적이 방어됐다”면서도 “그 물량을 대부분 소진했으므로 하반기 추가 단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시멘트사들은 지난 2월에 이어 오는 9월부터 추가적인 가격 인상에 나섰다. 삼표시멘트와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등은 다음 달 1일부터 단가를 11~15% 인상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레미콘사에 보냈다. 그동안 고심하던 한라시멘트 역시 오는 5일부터 14.5% 인상안을 통보했다. 쌍용C&E도 가격 인상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레미콘사 “1년 만에 30% 인상? 중소업체 다 죽어”…단체 행동 예고

시멘트 가격 인상을 감내한 레미콘사들의 실적도 하락세를 보였다.

유진기업은 매출액이 6710억원으로 5.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66억원으로 18.4% 감소했다. 동양 역시 매출은 3549억원으로 7.6% 증가했으나 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아주산업은 매출이 2488억원으로 소폭(0.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7억원으로 11.5% 줄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등으로 공장이 멈춰서면서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레미콘사들의 실적 하락에 영향을 준 가장 큰 원인은 시멘트 가격 인상이다.

시멘트업체들은 지난해 7월 약 5%가량의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도 18% 안팎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더욱이 이 인상분을 건설사가 반영하기까지 기간도 약 3~5개월 정도가 걸렸다. 그동안 인상분을 레미콘사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던 셈이다.

하반기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시멘트사들이 가격 인상을 또다시 추진해서다. 올해 2월과 9월 인상분을 더하면 1년 만에 인상 폭이 30% 수준에 달한다. 레미콘사들은 이를 절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 비용을 또다시 건설사로 전가하기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기도 하다.

결국 참다못한 레미콘사들은 단체 행동에 나선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오는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시멘트 가격 인상에 대한 규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중소레미콘 대표자 900여명이 참석하는 이 자리에서 연합회는 이달 말까지 기한을 두고 가격 인상 철회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업체들을 찾아가 집회도 열 방침이다. 이미 쌍용C&E를 제외한 모든 시멘트 본사를 대상으로 집회 신고까지 마쳤다.

양측의 입장이 워낙 확고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추세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시멘트 값은 싼 편”이라며 “올 초 가격을 인상할 때 고객사의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으나 원자잿값 고공행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통 분담이 필수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레미콘사 관계자는 “시멘트 사들이 지난해 7월 5% 인상에 이어 1년 1개월 만에 총 세 차례 가격을 올리고 있다. 유연탄값이 내려가면 시멘트 가격도 내려줄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고통 분담이 아닌 고통 떠넘기기다. 중소 레미콘사들은 다 죽으라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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