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멘트사와 레미콘사들은 원자잿값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으면서 대부분 실적이 하락했다. 쌍용C&E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86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24억원으로 53.2% 줄었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여파로 공장 가동일수가 감소한 것이 실적에 영향을 줬다고도 분석한다.
삼표시멘트는 상반기 매출은 3293억원으로 29.6%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7억원으로 17% 감소했다. 한일시멘트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4984억원, 453억원으로 각각 지난해보다 17.9%, 39.8% 줄었다. 한일현대시멘트 매출은 2166억원으로 1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66억원으로 18% 역신장했다.
이들은 이번 실적에 대해 “연초 시멘트 단가 인상분이 반영돼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유연탄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분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상쇄돼 영업이익은 감소했다”며 “유가 상승에 따른 화물 안전 운임제 상승, 요소수 비용 등 기타 물류비용의 증가는 하반기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려움 가중으로 인해 시멘트 단가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실적이 오른 곳도 있다. 아세아시멘트는 매출이 4750억원으로 23.8%, 영업이익은 450억원으로 8% 증가했다. 성신양회 매출은 4859억원으로 18% 늘었고 영업이익은 165억원으로 87.8% 증가했다. 이들은 “지난해 계약을 통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유연탄을 사용해 실적이 방어됐다”면서도 “그 물량을 대부분 소진했으므로 하반기 추가 단가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레미콘사 “1년 만에 30% 인상? 중소업체 다 죽어”…단체 행동 예고
시멘트 가격 인상을 감내한 레미콘사들의 실적도 하락세를 보였다.
유진기업은 매출액이 6710억원으로 5.9%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66억원으로 18.4% 감소했다. 동양 역시 매출은 3549억원으로 7.6% 증가했으나 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아주산업은 매출이 2488억원으로 소폭(0.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47억원으로 11.5% 줄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등으로 공장이 멈춰서면서 피해를 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레미콘사들의 실적 하락에 영향을 준 가장 큰 원인은 시멘트 가격 인상이다.
하반기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시멘트사들이 가격 인상을 또다시 추진해서다. 올해 2월과 9월 인상분을 더하면 1년 만에 인상 폭이 30% 수준에 달한다. 레미콘사들은 이를 절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 비용을 또다시 건설사로 전가하기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기도 하다.
결국 참다못한 레미콘사들은 단체 행동에 나선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는 오는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시멘트 가격 인상에 대한 규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중소레미콘 대표자 900여명이 참석하는 이 자리에서 연합회는 이달 말까지 기한을 두고 가격 인상 철회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업체들을 찾아가 집회도 열 방침이다. 이미 쌍용C&E를 제외한 모든 시멘트 본사를 대상으로 집회 신고까지 마쳤다.
양측의 입장이 워낙 확고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추세와 비교해도 우리나라 시멘트 값은 싼 편”이라며 “올 초 가격을 인상할 때 고객사의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으나 원자잿값 고공행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통 분담이 필수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레미콘사 관계자는 “시멘트 사들이 지난해 7월 5% 인상에 이어 1년 1개월 만에 총 세 차례 가격을 올리고 있다. 유연탄값이 내려가면 시멘트 가격도 내려줄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고통 분담이 아닌 고통 떠넘기기다. 중소 레미콘사들은 다 죽으라는 소리”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