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넘치는 유동성에 집값 폭등…2006년 이후 15년만에 최고

1월 케이스-실러 주택지수 11.2%…2006년 2월후 최고
넘치는 돈·저금리·재택근무 등으로 수요 급증
신규 주택 공급은 부족…"당분간 수급불균형 지속"
旣주택 소유자도 저금리 갈아타 매물 실종
  • 등록 2021-03-31 오전 11:21:33

    수정 2021-03-31 오전 11:38:20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주택 인근에 판매 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주택상승률이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주택 구매 수요를 크게 끌어올리면서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진 영향이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내 20개 대도시의 집값을 추적 조사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가 올해 1월 전년 동월대비 11.2% 급등했다. 이는 지난 2006년 2월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라고 WSJ는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애리조나주 피닉스가 20개월 연속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연간 15.8%의 상승세를 보였으며 캘리포니아주 시애틀이 14.3%로 뒤를 이었다. 불과 1년새 집값이 두자릿수로 껑충 뛴 것이다.

이처럼 미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은 것은 신규 주택 공급이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수급 불균형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대규모 양적완화(QE) 정책을 추진했다. 연방정부도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시행하며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이후 지난해 7월 사상 처음으로 모기지(담보대출) 금리가 3% 아래로 떨어졌고 돈을 빌려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30대로 접어들면서 ‘내 집 마련’ 실수요가 급증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중산층을 중심으로 감염 위험이 높은 도심을 떠나 교외로 주거지를 옮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주택 공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또 기존 주택 소유주들도 더 낮은 금리로 주택대출을 갈아타면서 집값 상승을 기다리고 있는 탓에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주택매물은 103만채로 1982년 이후 가장 적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미 주택시장은 집 주인이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이른바 ‘슈퍼 셀러’ 시장이 됐다는 진단이다. 퍼스트아메리칸 파이낸셜코프의 오데타 쿠시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시장은 그저 단순한 셀러 시장이 아닌 슈퍼셀러 시장”이라며 “수급 불균형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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