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온투업 고사 위기 ‘현실화’…업계 7위 ‘그래프펀딩’ 문 닫는다

금융 환경 급변 및 각종 규제로 인한 자금 조달 어려움에
출범 5년여 만에 신규 영업 중단 및 영업 종료 결정
온투업계 충격…“규제 완화 없이는 줄도산 시간 문제”
금융당국, 온투업 제도 개선 발표 임박…구원 투수 될까
  • 등록 2022-12-09 오후 2:38:45

    수정 2022-12-09 오후 2:38:45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각종 규제에 막힌 온라인투자연계금융(온투업·옛 P2P금융) 업계의 고사 위기가 현실화됐다. 대출잔액 422억원으로 업계 7위권인 그래프펀딩이 최근 대내외적인 금융 환경 급변으로 투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문을 닫게 됐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그래프펀딩은 지난 8일 공지사항을 통해 ‘회사의 해산과 청산 절차 진행에 따른 신규 영업 중단과 영업 종료’를 알렸다.

그래프펀딩은 “급변하는 세계 및 국내의 금융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현황 등으로 2022년 10월 24일까지 진행된 상품까지만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로서의 연계투자 및 연계대출을 진행하고 그 이후의 신규투자자 모집 및 신규대출 상품 개시를 중단하고 영업을 종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래프펀딩은 2022년 11월 18일경 상법 제517조 제1항 제2호에 근거해 주주총회 특별 결의에 의해 주식회사의 해산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영업 종료를 의결했다”고 전했다.

그래프펀딩에 따르면 신규 투자자 모집 및 신규대출 상품 개시를 중단하기는 하나, 지난 10월 24일까지 진행된 상품인 연계대출 및 연계투자 상품은 정상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래프펀딩은 “온투법이 정하고 있는 기준을 준수하며 연계투자자분들의 투자금과 수익금 회수할 수 있도록, 청산 업무 수탁관리인인 법무법인 민후의 엄격한 관리 및 집행 하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끝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1월 기준 대출 취급액 대출잔액 422억원으로 온투업계 7위권인 그래프펀딩의 폐업은 업계의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2017년 설립된 그래프펀딩(옛 BF펀드)은 지난 10월 사명을 변경하고 재도약에 나선 P2P금융 기관이다. 직접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해 부동산담보 대출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워 왔다. 안정적인 상품 포트폴리오, 투자 심의, 선제적 채권 관리 시스템, 보안 시스템 구축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사명 변경 2개월도 되지 않아 온투업계에서 종적을 감추게 됐다.

이번 그래프펀딩의 폐업을 기점으로 온투업계의 줄도산은 시간 문제라는 진단도 나온다.

현재 온투업계는 투자 채널이 제한되면서 기본적인 업의 유지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다. 제도권에 들어온 지 1년이 넘었지만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받지 못하면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체들은 현재 최고 연 10%가 넘는 투자 수익률을 제시하며 적자 영업을 감수하고 있지만, 투자자 모집이 안 돼 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기관투자나 개인별 투자 한도 등 규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업권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면서 제도 개선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20일 전후로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온투업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온투업의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전방위 대책이 발표될 전망이다. 당국은 업권당 3000만원으로 묶인 개인별 투자 한도를 최대 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기관투자 유입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온투업계 한 관계자는 “P2P가 제도권 금융으로 힘겹게 들어와 본격적인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규제 환경이 녹록지 않아 버티는 시간이 1년 이상 계속되면서 이젠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다행스럽게 금융당국에서 온투 금융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온투사들의 생사는 추진 속도에 달려 있다. 온투 금융이 서민들을 위한 틈새 금융 역할을 위해 탄생한 만큼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할 수 있는 규제 동력을 확실하게 추진해 줬음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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