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문체부-출판계, 출판유통통합전산망 놓고 갈등 빚는 이유는

출판물 판매현황 관리 정보시스템
9월 정식 운영 앞두고 의견 충돌
작가 인세 문제 해결 기대 크지만
출판사 협조 없으면 '유명무실'
  • 등록 2021-05-21 오후 1:15:35

    수정 2021-05-22 오전 8:56:06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표준계약서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계가 이번엔 출판유통통합전산망(출판전산망)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문체부는 오는 9월 정식 운영하는 출판전산망이 출판계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출판계는 정부 주도의 출판전산망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출판전산망은 출판사가 발간한 메타데이터를 유통사에 공유·홍보·관리하고 유통사의 정보시스템과 연계해 출판물의 판매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이다. 출판계 내부에서 오래 전부터 도입 필요성을 인식해온 출판전산망은 2017년 송인서적 부도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문체부가 한국출판산업진흥원(출판진흥원)과 함께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스템을 개발해왔고 9월 본격적인 개통을 앞두고 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문체부 “출판전산망, 불공정 개선” vs 출판계 “만명통치약? 오리무중”

갈등이 촉발된 것은 최근 장강명 작가가 아작출판사의 인세 미지급 논란을 공개하면서다. 장 작가는 “작가들은 자기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출판사에 의존하는 것 외에 알 방법이 없다”며 “개인적으로 출판전산망에 가입하지 않는 출판사와는 앞으로 계약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이에 문체부는 “출판전산망을 통해 유통·판매 현황을 수월하게 파악하고 작가와 출판사 간 투명한 정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출판전산망을 통한 출판계 불공정 관행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출판계는 우려를 나타냈다. 출판계 대표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출판전산망은 문체부가 만병통치약처럼 거론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은 오리무중”이라며 “출판계는 이 사업이 시작될 당시부터 운영 주체인 문체부와 출판진흥원의 수행 능력 문제를 지적해왔으나, 문체부는 이를 묵살하고 강행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출판계 대표 단체인 한국출판인회의(출판인회의)도 “문체부가 출판전산망이 무엇인지, 현재 어떤 단계에 와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대다수 출판사와 전국 서점의 참여와 협력이 (출판전산망의) 성공 여부의 핵심인 만큼 지금은 출판계와 서점 유통계 간 긴밀한 대화와 이해가 필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출판진흥원이 오는 26일 개최하는 출판전산망 사업설명회에 출협이 불참을 결정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출협 관계자는 “출판계를 위한 공식 행사라면 초청공문을 보내올 텐데 출판진흥원 쪽으로부터 별도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출판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설명회는 개별 출판사 대상 행사라 출판계 단체들은 따로 초청하지 않았다”며 “코로나19로 인원 제한도 있는 만큼 온라인 중계도 함께 진행한다”고 해명했다.

문체부가 밝힌 것과 달리 출판전산망이 작가와 출판사 간 투명한 정산 기반이 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현재 출판전산망에는 저자들이 자신의 책 판매량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출판전산망 자체는 출판 관련 정보를 프로모션하는 역할이 더 큰데, 문체부가 이를 인세 미지급 등의 불공정 문제 해결책으로 쓰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책을 살펴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사진=김태형 기자)


갈등 이면에는 정부 향한 출판계 깊은 불신

이번 갈등의 이면에는 문체부에 대한 출판계의 불신이 있다. 출판계가 먼저 출판전산망을 요구한 만큼 그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정부 주도로 추진하는 출판전산망의 효용성은 의문이라는 것이다.

출협 관계자는 “출판전산망이 모델로 삼고 있는 유럽, 일본도 정부가 아니라 민간 사업자가 주도해 전산망을 운영하고 있다”며 “문체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세종도서가 과거 블랙리스트에 악용된 것처럼 출판전산망도 정부가 주도해서 운영할 경우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출판인회의 관계자도 “정부가 출판전산망으로 수집된 정보를 틀어쥐고 정부 정책을 출판계에 강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문체부가 좋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것 같다”며 “대화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영업비밀이 공개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출판계가 대비할 수 있도록 할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며 “사업에 참여 중인 출판인회의도 조금 더 출판전산망에 대해 출판계에 알리는 노력이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출판전산망은 정부가 출판계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인세 이야기가 나오면서 출판전산망이 작가에게 출판사의 책 판매부수를 알려주려고 만든 것이라고 생각해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며 “진흥원 내 출판유통정보화위원회를 통해 2019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출판계, 유통사, 서점과 회의를 개최하며 의견을 꾸준히 청취해왔고, 앞으로도 설명회와 교육을 통해 출판전산망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9월 정식 운영이 시작된 뒤에도 출판전산망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최대한 많은 출판사와 서점이 참여하지 않고서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영화·공연통합전산망처럼 출판사와 서점이 전산망에 자료 제공을 의무화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출판진흥원 관계자는 “출판전산망은 출판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시스템이 더 정교해진다”며 “출판계의 지속적인 참여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서울 마포구 중소기업 DMC 건물에서 열린 ‘출판유통통합시스템 구축 및 운영의 필요성 및 출판사 시범운영 사업 설명회’모습(사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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