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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정부여당이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가 권력기관을 옥상옥(屋上屋)으로 늘리면서도 아무런 견제도 없이 독립기관으로 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며 정쟁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설령 공수처 설치가 입법된다해도 공수처장 임명과정에는 제1야당이 2명을 추천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오후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공수처 설치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이라는 정책토론회 발제자로 나서는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이날 사전 공개된 발표자료를 통해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 법안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 대표는 “공수처를 설치할 경우 정치이슈를 대화나 타협이 아닌 형사사건으로 해결하려는 수사만능주의 풍토 하에서 상대 정치세력에 대한 고소, 고발과 수사의뢰가 난무하는 정쟁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행 특별감찰관제도와 마찬가지로 표적수사를 통한 상시 사찰기구로 변질돼 정치적 수사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며 “실제 지난 2002년 병풍사건이나 2007년 BBK사건, 2017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처럼 향후 대통령선거에서도 중요한 정치쟁점이 형사사건화 함으로써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대표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의원과 당시 특별감찰관이던 이석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2013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던 권은희 의원 등 정치적 사건을 수사하고 이를 이용해 정계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엇보다 수사와 기소는 준사법행위이면서 권익침해적 권력작용이라 그 담당기관은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 각부 소속으로 해야 하지만 공수처를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아무 견제도 없는 독립기관으로 설치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라고 지적하며 “이렇다보니 헌법적 근거없이 독립기관으로 설치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다른 국가기관에 대한 기속력있는 행위를 할 수 없고 시민단체처럼 권고적 기능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박 대표는 “거의 대부분 국가들이 형사사법의 통일성을 위해 기소기관을 검찰로 일원화하고 있고 기소권이 2개 이상 기관에 분리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그나마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검찰제도가 발달하지 않은 일부 아시아권 영국계, 중국계 도시국가 중심으로 기소권 없는 부패전담 수사기구를 운영할 뿐”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또 “부패방지 대상이 되는 공직자도 일정한 신분, 즉 고위 공직자에만 한정하지 않고 전통적 공직분야 외에도 널리 사적영역에서도 공익침해와 같은 행위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공수처 도입 등 부패방지를 위한 특별수사기관 설치 문제는 `수사대상자를 직급에 따라 누구로 할 것인가`를 논의할 게 아니라 모범사례인 홍콩, 싱가포르처럼 `어떤 범죄를 수사대상으로 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령 공수처 설치법안을 받아들일 경우에도 공수처장 임명방식을 지금보다 더 민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공수처장 후보자 2명을 집권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제1야당에서 선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그 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