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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학가에 따르면 벌써부터 ‘글로컬 대학’ 선정 여부에 따라 지방대학 간 존·폐가 갈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일 경북 구미 금오공대에서 열린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글로컬 대학 육성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백성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이라 선정되지 못하는 대학에선 곡소리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글로컬 대학 선정에 사활을 걸겠다는 대학이 나오고 있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글로컬 대학 30개교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학교 위상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며 “글로컬 대학 선정은 무조건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8세 인구는 2023년 44만2000명에서 2038년 29만1000명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해 1월 공개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연구보고서(정의당 정책연구)에서도 대학입학자원(고졸자·재수생 등)은 2021년 약 43만명에서 2040년 28만명으로 감소한다. 이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 입학정원이 약 26만명이란 점을 감안할 때 지방 사립대 전체가 몰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부터 2027년까지 비수도권(지방)에 총 30개 대학을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 재정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나오면서 대학가에선 이를 또 다른 ‘대학 살생부’로 보고 있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을 제외한 14개 시·도에서 ‘30개 대학 선정’이면, 광역 자치단체별로 2.14개 대학씩만 선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함되느냐에 따라 ‘지역의 대표 대학’이 결정되고 연간 200억씩 5년간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해우 총장은 “결국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는 30개교는 정부가 인정하는 ‘생존 가능한 대학’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부로부터 인건비·경상비 등을 지원받으면서 지역을 대표해왔던 거점 국립대 9곳(서울대 제외) 중 상당수의 사업 선정을 상수(常數)로 가정한다면, 사립대가 들어갈 자리는 20여곳으로 축소된다. 14개 시도별로 보면 한 곳당 1.4~2개의 사립대가 선정될 수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 한 곳이 선정된다면 사립대 자리는 1~2곳씩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글로컬 대학 선정 여부가 진짜 대학 살생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선정 대학 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남지역 한 사립대 총장은 “30개 대학은 너무 적다. 최소 50개 대학은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원화 대교협 회장(경북대 총장)도 “대교협 회원 대학만 198개교인데 100개교는 선정해 지원해야 지방이 살 수 있다”고 했다.
대학당 1000억원 지원은 역대 대학 재정지원사업 중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지원 기간은 ‘5년’으로 잡고 있다. 선정 대학은 연간 200억원의 국고를 5년간 지원받아 교육·연구에 대규모 투자할 수 있게 된다.
환골탈태 해당하는 구조개혁 필요할 듯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려면 ‘환골탈태’에 해당하는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과감한 변화를 제안하고 구성원들이 자기희생을 감수한다는 증거가 있을 때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연구개발 전면 개편 △대규모 구조개혁과 정원조정 △과감한 교원인사 개혁 △대학 간 통합과 학문 간 융합 △지역 산업·문화와의 파트너십 형성 등을 글로컬 대학으로 선정될 만한 혁신 모델로 제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 구축(RISE) 시범지역이 아니더라도 비수도권 대학이면 모든 대학이 신청할 수 있다”며 “대학들의 신청서(개념서)를 제출받아 1.5배수 정도를 예비 선정한 뒤 발전계획의 실현 의지·가능성 등을 심층 평가해 선정 대학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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