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가천의생명융합연구원 조성범 교수와 KISTI 백효정 선임연구원은 100만 명 이상의 국내와 미국의 건강보험 자료를 비롯해 방대한 빅데이터와 실험을 통해 심장질환자에서 높은 알츠하이머 치매 유병률의 원인인 ‘ADIPOQ’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최근 심장질환 환자들에게는 다양한 중복이환(두 만성 질환을 동시에 앓는 상태, comorbidity) 소견들이 관찰되고 있다. 실제 심근기능의 이상을 보이는 심장질환자군에서 치매의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서 높다는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다수 보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중심으로 두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심장질환과 알츠하이머 치매는 고연령 군에서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서 특정 유전자가 이 두 가지 질환의 발병률 증가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내와 미국의 보건의료빅데이터, 유전자분석데이터, 기능유전체실험 데이터, 영국 UK바이오뱅크 임상 및 유전체 자료 빅데이터 등을 통합 분석해 도출됐다.
이후 쥐의 심장세포에서 ‘ADIPOQ’ 유전자 발현을 억제했을 때 다른 심장기능 이상 유전자들의 발현이 변화되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더불어 영국 UK바이오뱅크에서 제공하는 50만 명의 자료를 분석해 ‘ADIPOQ’ 유전자 변이가 심장근육의 비후와 인지기능의 이상과 동시에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연구팀은 재확인했다. 이 연구는 심장질환과 알츠하이머 치매의 중복이환 연관성을 실험과 인구집단 자료 모두에서 입증한 것으로 질병연관성에 대한 높은 신뢰성을 갖는다.
조 교수는 “임상과 유전자 연구 자료를 결합해 중복이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다수 질환의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다면발현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향후 중복이환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굴을 통해 여러 질병에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진단법이나 약물 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가천의대, KISTI, 그리고 국립보건연구원의 공동연구로 진행됐고,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사업과 포스트게놈다부처 유전체사업의 지원을 받아서 수행됐다.
◇ 중복이환, 만성 질환 극복 ‘열쇠’
중복이환(comorbidity)은 하나의 질병이 발생할 때 특정 질병이 같이 발생하는 경향을 말한다. 중복이환은 주로 만성질환에서 발생하며, 당뇨와 고혈압의 중복이환이 대표적인 예이다. 심장질환에서는 중복이환이 되는 질환 중에서 알츠하이머질환을 포함하는 치매의 동반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중복이환에 대한 연구는 질병의 발생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특히 유전자의 다면발현(pleiotropy)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다면발현은 하나의 유전자가 여러 가지 표현형(phenotype)의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지칭한다.
조 교수는 “유전자의 다면발현으로 질병의 중복이환이 설명될 수 있다”며 “이 분야에 대한 이해는 향후 만성질환의 치료 및 관리전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