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50대 주부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일회용품을 많이 소비하고 있다. 환경보호보다 위생·방역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의 가방에는 일회용 장갑과 위생비닐 등이 항상 갖춰져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A씨는 “환경보호보다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주로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성실히 플라스틱 용기 분리수거를 해왔던 김모(28)씨. 그는 최근 배달용기를 베이킹소다 등을 이용해 제대로 세척하지 않으면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분리수거함에 가득한 플라스틱 용기가 재활용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 옷이나 다른 용기로 재탄생하는 모습을 상상했던 그였지만 세척이 귀찮아 그냥 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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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폐플라스틱 등 생활 폐기물 배출량 급증
코로나19 이후 1년 넘게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고 위생 관념이 높아지면서 플라스틱 등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배출량이 증가한 만큼 재활용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라 폐플라스틱 재활용 활성화라는 정부정책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폐플라스틱은 전년 대비 14.6%, 폐비닐은 11% 정도 배출량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경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쇼핑·음식 배달 소비가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일회용품 배출량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했다.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폐플라스틱은 재자원화가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물질이 묻어 있는 경우가 많아 선별장에서 대부분 소각장으로 보내진다”며 “쓰레기를 버리는 입장에서 깨끗하게 분리 배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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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환경단체, 생산업체에 ‘플라스틱 감량’ 유도
폐플라스틱 배출량이 늘고, 재활용률이 줄면서 폐플라스틱 매립지가 가까운 미래에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생산업체에 플라스틱 생산 감량을 유도하는 ‘생활폐기물 탈(脫) 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생산업체에 플라스틱 용기류의 생산비율을 설정하도록 권고하고, 용기의 두께를 제한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20년 대비 20% 줄인다는 방침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도 2025년까지 70%로 높일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생산업체에 책임을 묻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4월 국내 대형 식품 및 제과 업체인 롯데제과(280360), 농심(004370) 등에서 나온 제품에 플라스틱 트레이 제거를 요구했고, 업체 측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전문가 “중요한 주체는 소비자”…“환경에 대한 인식 바뀌어야”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은 폐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소비자라고 입을 모은다. 폐플라스틱을 제대로 세척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출해 재활용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고, 사용하더라도 깨끗하게 분리 배출해 자원순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사무처장은 “폐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이상적인 방법은 처음부터 플라스틱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라며 “소비문화 패턴이 바뀌거나 소비자의 인식이 획기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공학과 교수 역시 “많은 사람들이 폐플라스틱 배출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며 “사람들이 일회용 접시나 플라스틱을 씻어서 버린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폐플라스틱 매립장과 소각장이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있다”며 “사람들 스스로가 인식을 바꾸길 기다리기보다는 정부가 규제 등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사람들의 불만을 두려워하기만 해선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