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용 예산 5722조원…복지지출 확 깎는다

WSJ, 트럼프 행정부 내년 예산안 보도
국방비 0.3%↑…멕시코 장벽 새로 편성
메디케어 등 사회안전망 예산 삭감키로
11월 대선 목전 앞둬 의회 통과 미지수
  • 등록 2020-02-10 오전 10:30:03

    수정 2020-02-10 오후 8:09:0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68회 연례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연설하는 가운데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조8000억달러(약 5721조6000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했다. 국방비와 안보비를 늘리는 대신 사회안전망 같은 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게 주요 골자다.

이번 예산안은 2021 회계연도(2020년 10월~2021년 9월)를 위한 것이어서 올해 대선과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은 물론이고 재선 이후 집권 2기까지 염두에 둔 예산안인 셈이다. 그런 만큼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과 논의가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WSJ “국방비 증액 예산안 곧 공개”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같은 내용의 2021 회계연도 예산안을 10일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정부는 국방비를 0.3% 증액한 7405억달러(약 883조3000억원)로 책정했다. 비(非)국방 예산은 전년보다 5% 줄인 5900억달러(약 703조9000억원)를 포함했다. 비국방 지출은 지난해 여름께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의회가 합의한 수준을 밑도는 것이다. WSJ는 “예산안은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를 반영한 것”이라며 “특히 이번 예산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을 위한 메시지를 담은 재정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눈에 띄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중점 추진해왔던 멕시코 국경을 맞닿은 남부 지역의 장벽 건설에 20억달러의 예산을 새로 편성한 것이다. 멕시코 장벽은 2018년 연말 당시 미국 연방정부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셧다운’을 불러왔을 정도로 여야간 이견이 첨예한 사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예산을 12%가량 증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024년까지 우주인을 달에 다시 보내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주요 부처별로는 보훈부와 국토안보부 예산을 전년 대비 13%, 3% 각각 증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복지 예산은 대폭 깎았다. 정부는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향후 10년에 걸쳐 지출을 4조4000억달러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중 의무지출(mandatory spending programs) 2조달러를 줄이기로 했다.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처방 약값 예산을 1300억달러 줄이는 것을 비롯해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푸드스탬프(저소득층 영양지원) 등과 같은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에서 2920억달러를 삭감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관료는 “사회안전망 지출이 속도는 느리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큰 삭감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선 앞두고…민주당과 난항 불가피

의회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난항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예산은 지킬 것이라고 약속해서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11월 대선을 코앞에 둔 시기여서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대로 예산안이 의회 문턱을 넘을 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올해 4분기 3.1%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내년의 경우 3.0%를 예상했다. 아울러 2020년대 들어 비슷한 3%대 흐름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2.3%)보다 한참 높은 수치다.

예산안을 짤 때 성장률 전망치를 함께 내는 것은 정부 지출의 밑천인 세수(稅收)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높아진 성장세로 재정정책이 원활해질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전망인 셈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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