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유해 중 유가족 DNA 비교분석 등을 통해 7구의 신원이 확인됐다. 국방부는 유가족들을 만나 7분의 애틋한 사연을 방송과 신문을 통해 알리고 있다. 지난 7월 24일에는 필자가 진행 중인 국방TV ‘국방포커스’ 프로그램을 통해 유가족들의 70년간 못 다한 감동적인 이야기와 유전자 시료 채취의 중요성 및 방법 등을 소개했다.
유해발굴사업은 2000년 4월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육군본부에서 처음 시작됐다. 연 평균 300구 내외의 많은 국군전사자 유해와 인식표나 도장 등 유해의 신원을 확인 할 수 있는 유품들도 함께 발굴되면서 2007년 1월 국방부로 사업 주체가 전환됐다. 같은 해 시행기관으로 유해발굴감식단이 창설됐다.
미국과도 2008년 8월 유해발굴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2012년 12구, 2016년 15구, 2018년 65구의 한미 간 유해 송환이 이뤄졌다. 2018년 9.19 남북공동 군사합의에 따라 오랜 염원이었던 남북공동유해발굴사업도 전개했다. 다만 북한의 소극적 태도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측 비무장지대 화살머리고지에서만 유해발굴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유해발굴사업은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최다 유해가 발굴됐으며 전년 대비 유가족 유전자 시료도 2배 이상을 채취했다. 올해는 1만2500개의 유가족 유전자 시료를 확보하고 2022년까지 총 11만개의 유가족 유전자 시료 확보와 오는 10월 신원확인센터 준공을 통해 전사자 유해 신원확인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국방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대국민 홍보를 통해 유해발굴사업에 대한 인식은 높아져 90%에 달했지만, 아쉽게도 유전자 시료채취나 전사자 유해 신원확인 포상금 제도 등 세부내용에 대한 인지도는 30% 이하로 현저히 낮았다. 국방부는 유가족들의 DNA 시료채취의 중요성에 대한 캠페인과 홍보활동에 적극적이지만, 현재 6·25전사자의 직계 가족들은 대부분이 고령이고 점차 세대가 바뀌고 있어 유가족 DNA 시료를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본인이 6.25 전사자 유가족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유전자 시료채취를 위해 보건소나 진료소 방문을 꺼리는 유가족들이 많은 상황이다. 국방부 외에 지방자치단체와 언론, 기업 등 여러 기관·단체들이 홍보에 동참해서 유가족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6.25전쟁 전사자들 중에는 젊은 나이에 참전해서 직계가족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전자 시료채취 대상은 전사자의 직계가족은 물론 8촌까지도 가능하다. 더 많은 호국영웅들을 빠른 시일 내에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 비무장지대에서의 남북공동유해발굴 사업 재개도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