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아닌 브랜딩 전쟁" 유통가, 브랜드 캠페인 총력

29CM·스타일쉐어, 감각적 메시지 차별화로 승부수
롯대百 '시시호시'·GS25 '갓생기획' 등 젊은층 공략
배달의 민족·신세계푸드 팬덤 형성 집중
  • 등록 2022-06-09 오전 10:18:24

    수정 2022-06-09 오후 1:32:37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유통 업계가 쿠폰 할인과 가성비 경쟁보다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면에 앞세우는 차별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선명한 브랜드 정체성이 팬덤과 파트너 네트워크 구축에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29CM, 당신29하던삶 캠페인. (사진=29CM)
‘감각적’ 이미지 선점 나선 커머스, 메시지 차별화 승부

취향과 안목이 새로운 계층을 만드는 시대,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온라인 커머스 업체들은 감각적인 이미지 선점을 위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취향 셀렉트샵 29CM의 브랜드 캠페인 ‘당신이 구하던 삶(당신2 9하던 삶)’이 대표 사례다. 패션 플랫폼 홍수 속에서 꾸준히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를 슬로건으로 밀던 29CM는 이번 캠페인에서도 2와 9를 활용한 카피에 ‘당신이 어떤 삶을 구하든지 더 깊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감각 있는 가이드로서 함께 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아냈다. 단순한 구매처를 넘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실현을 돕는 가이드이자 취향 셀렉트샵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져가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에는 캠페인 반경을 오프라인으로 넓혀 팝업 스토어 ‘29맨션(29MANSION)’을 오픈했다. 29맨션은 상품 판매가 아닌 브랜드 경험에 방점을 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실제 4개 층 건물 중 1층 굿즈샵을 제외한 3개 층이 인스타그래머블한 전시 공간으로 꾸며졌다. 29맨션은 예약 오픈 하루 만에 전석이 매진됐고 9일간 4000여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된다.

29CM 관계자는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도 방문 후기가 수백 건 이상 올라오는 등 이구스럽다(29스럽다)는 것이 무엇인지 대중에게 알리는 데 효과적인 접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스타일쉐어 스쉐롭게 캠페인. (사진=스타일쉐어)
의외의 광고 모델을 발탁해 차별화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Z세대 패션 커뮤니티 스타일쉐어는 지난 4월 AKMU(악뮤) 이찬혁과 함께 브랜드 캠페인 ‘스쉐롭게‘를 공개했다. 스타일쉐어의 80% 이상이 여성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이찬혁을 브랜드 뮤즈로 내세웠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아냈다. 이질적인 첫 느낌과는 달리 스타일쉐어는 이찬혁이 도전적인 스타일을 시도하고 이를 내보이는 데 거침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 자사 고객 페르소나와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또래 스타일을 ‘탐색’하고 업로드로 ‘공유’하고 재치 있게 ‘자랑’하는 1020만의 독특한 쇼핑 여정을 이찬혁이라는 캐릭터로 풀어냈다는 평가다.

스타일쉐어에 따르면 ‘스쉐롭게’ 캠페인 공개 이후 일주일간의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동기간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이찬혁이 출연한 브랜드 필름도 5월 말 기준 조회수 295만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시시호시‘, ‘갓생기획실’ 등 젊은 이름표 단 오프라인 유통사

▲롯데백화점이 성수동에 오픈한 ‘특별한 키친(Kitchen)’에 일주일동안 MZ세대 1만여명이 몰렸다. (사진=롯데백화점)
백화점과 편의점 등 오프라인에 특화된 전통 유통 기업들도 핫플레이스로 직접 나가 젊은 층 눈도장 찍기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31일부터 자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시시호시’의 팝업 매장을 성수동에 오픈했다. 시시호시는 비주얼 아티스트 ‘사키’와의 협업 굿즈 52종을 선보인다. ‘밀도’·’소금집’ 등 푸드 브랜드 상품을 큐레이션 하며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다. 롯데백화점 측에 따르면 시시호시 팝업은 오픈 1주일 만에 1만 명의 방문객이 몰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편의점도 경쟁적으로 브랜드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고 있다. GS25는 오는 12일까지 업계 최초로 브랜드 팝업스토어 ‘갓생기획실’을 성수에서 운영한다. ‘갓생기획’은 GS25의 2030 직원들이 주도하는 신상품 개발 프로젝트로 노티드우유·틈새오모리김치찌개라면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개별 브랜드로 독립했다. GS25는 가상 인물인 ‘Z세대 직장인 김네넵’의 일상생활을 주제로 팝업스토어를 꾸몄다. 사무실, 탕비실, 퇴근길 상점, 개인방 등 4개로 나누어진 공간에서 고객은 다양한 체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팬덤 형성의 필수 조건, ‘다움’과 ‘다름’

▲지난 4월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부캐 ‘제이릴라’와 정 부회장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같은 상품, 같은 가격이라면 여기서 산다’는 팬덤 형성을 위해 스토리를 가진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입점 플랫폼의 경우 서로 겹치는 입점사가 많고 단독 상품 확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고객과 플랫폼 간의 긍정적인 정서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배달의 민족은 ‘배짱이(배달의민족을 짱 사랑하는 이들)’이라는 팬클럽을 직접 운영하며 배달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키워가고 있다.

과몰입 세계관으로 팬덤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화성에서 태어나 SSG랜더스 구장에 불시착한 고릴라 캐릭터 ‘제이릴라’를 탄생시켰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외모로 본떠 만들어 부캐로 불리기도 한다. 제이릴라는 이마트24의 점장 캐릭터 ‘원둥이’와 친목 관계를 이어가고 정 부회장과 셀카를 찍어 올리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젊고 힙한 브랜드 이미지는 매출 상승뿐 아니라 협업 파트너 영업에도 효과적이다. 독창성을 중시하는 신진 브랜드나 크리에이터일수록 자신들과 결이 맞는 기업과 협업을 선호하는 만큼 무조건 큰 기업과 손을 잡아 당장의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브랜딩 관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기업이 입점사 또는 크리에이터를 일방적으로 선택했다면 지금은 역으로 선택받는 입장에 놓여있기도 해 브랜딩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플랫폼들의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브랜딩 강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를 공략하는 기업들의 경우 과거처럼 스타 마케팅에 기대기보다는 자사 정체성과 스토리 전달에 집중한 창의적인 브랜드 캠페인들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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