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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난장판이 따로 없다. 끼니를 때우려는 손님들이 밀물처럼 몰려든다. 미리 준비해도 늘 벅찬 주문에 요리사들은 저마다의 고국어로 욕지거리와 함께 음식을 만든다. 웨이트리스들은 빨리 나오지 않는 음식을 채근하느라 핏대를 올린다. 주문이 밀리고 접시가 깨지고 주방은 점점 끓어오른다.
아일랜드 출신 신참 요리사 케빈은 다른 동료에 비해 임계점이 낮았다. 결국, 케빈은 레스토랑 티블리의 첫날 점심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다. 하지만 주방 바깥의 손님들은 이 사실을 짐작할 수 없다. 주방과 홀 사이에는 보이는 벽이 있어서다. 이는 주방 안의 인물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주방에는 벽이 없지만 서로에게는 벽이 있고 국경이 있다.
그가 묘사한 주방은 한마디로 야단법석이다. 점심시간 주문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주방은 뚜껑을 닫은 채 펄펄 끓는 주전자처럼 보는 관객을 아슬아슬하게 만든다. 1막이 끝나기 전 10분가량 배우들이 펼쳐내는 주방의 분주함은 이 연극의 백미다. 20명이 넘는 배우들이 저마다 지지고 볶으며 무대를 꽉 채운다.
실제 재료를 갖고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우들의 동선은 요리사들의 움직임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연극적인 과장을 고려해도 진짜 주방의 모습을 보는 듯해 일견 경탄하게 된다. 무엇보다 집단적인 움직임 안에도 각 캐릭터마다 개성과 사연, 관계들이 녹아있어 그것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국내 초연인 `키친`은 오는 6월1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티켓가격은 3만원~1만원. 문의 (02)3279-2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