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배달앱이 판 까니 블랙컨슈머가 춤춘다"…'새우튀김 사태' 일파만파

쿠팡잇츠 '새우튀김 사태' 점주 최근 뇌출혈 사망
자영업자 "리뷰, 별점에 늘 노심초사…갑을관계"
"배달 앱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 양산"
  • 등록 2021-06-25 오전 11:00:05

    수정 2021-06-27 오후 9:20:27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최근 한 소비자의 끈질긴 환불 요구와 인격모독에 시달린 서울 동작구의 한 김밥가게 점주가 뇌출혈로 사망한 ‘새우튀김 환불 갑질 사건’을 계기로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의 화살은 제품구입 후 고의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이른바 ‘블랙컨슈머’ 개인이 아닌, 점주에게 ‘반박’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고객 리뷰와 별점만으로 음식점을 평가하는 배달 앱 업체를 향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새우튀김 갑질’ 계기…자영업자 불만 ‘봇물’

서울 동작구에서 김밥가게를 운영하던 A씨는 지난달 초, 쿠팡이츠를 통해 새우튀김을 배달해 먹은 한 고객에게 컴플레인을 받았다. 이 고객은 “배달된 새우튀김 3개 중 먹고 남은 한 개를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확인해보니 색깔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A씨가 새우튀김 한 개만 환불해주겠다고 답하자 고객은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는 등 인격모독성 폭언을 쏟아냈다.

이 고객은 쿠팡이츠에 A씨 가게에 대한 별점테러와 악성리뷰를 남겼다. 쿠팡이츠로부터도 경고성 전화가 왔다. A씨는 소비자로부터 3번, 쿠팡이츠로부터 4번의 항의성 전화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쿠팡이츠는 점주가 리뷰에 대해 직접 해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A씨는 환불에 응했지만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에 따른 뇌출혈로 쓰러져 지난달 29일 결국 사망했다.

A씨의 사망과 별점테러 사건 간 상관관계 여부를 떠나, 이 사건을 바라보는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쌓였던 분노를 토해나고 있다. 배달 플랫폼 업체의 ‘갑질’과 악덕소비자의 ‘테러’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 주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40대 박모씨는 “제대로 배달을 보냈는데도, 손님한테 컴플레인이 걸려오면 반박할 수 없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괜히 손님이랑 싸워서 안 좋은 리뷰가 달리는 것보다 차라리 눈 딱 감고 환불을 해주는 것이 오히려 속 편하다”라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덮밥집을 운영하는 B(54)씨 역시 “리뷰와 별점에 의해 매출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리뷰를) 보면 스트레스 받고 속이 상해서 애써 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업주들이 별점과 리뷰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에 따라 매장의 평판이 결정되고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배달 앱 회사가 리뷰와 별점을 매장 평판의 절대적 기준으로 내세우면서 블랙컨슈머들에게 ‘판’을 깔아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블랙컨슈머 개인이 아닌 배달 앱 회사를 향하는 이유다.

카페를 운영하는 20대 김모씨는 “원래부터 업주 입장에선 고객과 갑을 관계인데, 배달 앱 리뷰·별점 시스템이 갑을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어 “배달 나갈 때 흠 잡힐 것 없나 한 번 더 고민하고, 리뷰가 안 좋게 달릴까 늘 노심초사하고 걱정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회원들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뿔난 자영업자 “구조적 문제…점주 방어권 보장해야”

배달 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악덕소비자들을 양산하고 오히려 업주들을 괴롭히도록 판을 깔아줬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자영업자들은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달앱의 구조적 문제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리뷰와 별점을 악용하는 블랙컨슈머에게 점주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갑질 소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리뷰와 별점을 절대적 기준으로 음식점을 평가하는 쿠팡이츠 시스템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배달 앱 측을 상대로 △악성 리뷰 삭제·숨김 처리 △배달 품질·음식 품질 평가 분리 △별점에 재주문율과 단골 점유율 등을 종합한 객관적인 매장 평가 기준 마련 △환불 규정 정비 등의 점주 대응권 강화 조처 등을 요구했다.

한편 쿠팡이츠는 지난 21일 일부 이용자의 갑질과 무리한 환불요구, 악의적 리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점주 여러분께 적절한 지원을 해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쿠팡이츠는 △갑질 이용자의 악의적인 비난으로 피해를 받게 된 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전담 조직 신설 △점주의 어려움을 들을 수 있는 전담 상담사 배치 및 훈련 강화 △악성리뷰에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아 해명할 수 있는 기능 도입 및 블라인드 처리 신고 절차 개선 △갑질 이용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점주 및 시민사회 목소리 경청 및 해결책 마련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이번 기회에 ‘갑질’ 배달 플랫폼은 근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 이번 ‘새우튀김 사태’의 향방이 어디까지 퍼질 지 주목된다. 약 70만명의 자영업자가 가입돼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태 후 쿠팡이츠 등 배달 앱에 대해 해지 인증 글이 줄지어 올라오며, 집단 ‘보이콧’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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