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소비자의 끈질긴 환불 요구와 인격모독에 시달린 서울 동작구의 한 김밥가게 점주가 뇌출혈로 사망한 ‘새우튀김 환불 갑질 사건’을 계기로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의 화살은 제품구입 후 고의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이른바 ‘블랙컨슈머’ 개인이 아닌, 점주에게 ‘반박’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고객 리뷰와 별점만으로 음식점을 평가하는 배달 앱 업체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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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튀김 갑질’ 계기…자영업자 불만 ‘봇물’
서울 동작구에서 김밥가게를 운영하던 A씨는 지난달 초, 쿠팡이츠를 통해 새우튀김을 배달해 먹은 한 고객에게 컴플레인을 받았다. 이 고객은 “배달된 새우튀김 3개 중 먹고 남은 한 개를 냉장고에 넣어놨는데 확인해보니 색깔이 이상하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A씨가 새우튀김 한 개만 환불해주겠다고 답하자 고객은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는 등 인격모독성 폭언을 쏟아냈다.
이 고객은 쿠팡이츠에 A씨 가게에 대한 별점테러와 악성리뷰를 남겼다. 쿠팡이츠로부터도 경고성 전화가 왔다. A씨는 소비자로부터 3번, 쿠팡이츠로부터 4번의 항의성 전화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쿠팡이츠는 점주가 리뷰에 대해 직접 해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A씨는 환불에 응했지만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에 따른 뇌출혈로 쓰러져 지난달 29일 결국 사망했다.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 주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40대 박모씨는 “제대로 배달을 보냈는데도, 손님한테 컴플레인이 걸려오면 반박할 수 없이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괜히 손님이랑 싸워서 안 좋은 리뷰가 달리는 것보다 차라리 눈 딱 감고 환불을 해주는 것이 오히려 속 편하다”라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덮밥집을 운영하는 B(54)씨 역시 “리뷰와 별점에 의해 매출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리뷰를) 보면 스트레스 받고 속이 상해서 애써 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업주들이 별점과 리뷰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에 따라 매장의 평판이 결정되고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배달 앱 회사가 리뷰와 별점을 매장 평판의 절대적 기준으로 내세우면서 블랙컨슈머들에게 ‘판’을 깔아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블랙컨슈머 개인이 아닌 배달 앱 회사를 향하는 이유다.
카페를 운영하는 20대 김모씨는 “원래부터 업주 입장에선 고객과 갑을 관계인데, 배달 앱 리뷰·별점 시스템이 갑을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어 “배달 나갈 때 흠 잡힐 것 없나 한 번 더 고민하고, 리뷰가 안 좋게 달릴까 늘 노심초사하고 걱정하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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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자영업자 “구조적 문제…점주 방어권 보장해야”
이들은 “리뷰와 별점을 악용하는 블랙컨슈머에게 점주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갑질 소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리뷰와 별점을 절대적 기준으로 음식점을 평가하는 쿠팡이츠 시스템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배달 앱 측을 상대로 △악성 리뷰 삭제·숨김 처리 △배달 품질·음식 품질 평가 분리 △별점에 재주문율과 단골 점유율 등을 종합한 객관적인 매장 평가 기준 마련 △환불 규정 정비 등의 점주 대응권 강화 조처 등을 요구했다.
한편 쿠팡이츠는 지난 21일 일부 이용자의 갑질과 무리한 환불요구, 악의적 리뷰 등으로 피해를 입은 점주 여러분께 적절한 지원을 해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쿠팡이츠는 △갑질 이용자의 악의적인 비난으로 피해를 받게 된 점주를 보호하기 위한 전담 조직 신설 △점주의 어려움을 들을 수 있는 전담 상담사 배치 및 훈련 강화 △악성리뷰에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아 해명할 수 있는 기능 도입 및 블라인드 처리 신고 절차 개선 △갑질 이용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점주 및 시민사회 목소리 경청 및 해결책 마련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이번 기회에 ‘갑질’ 배달 플랫폼은 근절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 이번 ‘새우튀김 사태’의 향방이 어디까지 퍼질 지 주목된다. 약 70만명의 자영업자가 가입돼 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태 후 쿠팡이츠 등 배달 앱에 대해 해지 인증 글이 줄지어 올라오며, 집단 ‘보이콧’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