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해외에 디지털세 낸다…애플·구글선 세금 거둬(종합)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전세계에서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거두는 다국적기업이 해당국에 디지털세 명목의 세금을 내게 된다. 한국 기업의 경우 삼성전자(005930) 등이 해외에 세금을 내게 되는 한편 국내에서는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기업들의 세수가 예상된다. 세계 각국의 법인세율 인하 추세를 막기 위해서는 글로벌 최저한세율 15%를 도입키로 했다. 오는 10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를 할 것으로 예상돼 국익 증진을 위한 정부의 대응 노력이 요구된다.

서울 서초동 삼성딜라이트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에 공장 없어도 매출·이익 거두면 세금 내야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일 국제협력개발기구(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IF)에서는 필라1·필라2의 핵심내용에 대한 합의를 추진했다.

필라1이란 다국적기업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제도다. 필라2는 글로벌 최저한세율 도입 방안이다.

IF는 다국적 기업의 세원 잠식을 통한 조세 회피 방지대책(BEPS) 이행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체다. 전체 139개국 중 9개 국가가 반대해 전체 합의는 못했지만 전반적인 지지를 얻어 합의 내용이 공개됐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필라1은 연결매출액 200억유로(27조원), 이익률 10% 이상 기준을 충족하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 대해 초과 이윤 일부에 대한 과세권을 시장소재국에 배분키로 했다. 채굴업, 규제되는 금융업 등 일부 업종은 제외한다.

과세 대상은 디지털세 적용 기업의 글로벌 이익 중 통상이익률 10% 초과 이익의 20~30%에 해당하는 이익이다. 매출은 재화·서비스가 사용·소비되는 최종 시장소재국으로 귀속된다. 기업간거래(B2B) 등 특수 거래의 매출 귀속기준은 추후 정립키로 했다.

지금까지 과세 체계는 공장이나 회사 등 물리적 사업장이 있을 때만 외국기업에 대해 과세했다. 하지만 최근 구글·넷플릭스 등 플랫폼 기반의 온라인 업체들이 전세계에서 큰 실적을 거두면서 사업장이 없어도 과세를 해야 한다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필라1의 설계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산업 기반이 강한 선진국들이 시장 규모가 큰 개도국에 과세권 일부를 배분하는 구조다.

기재부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크고 이익률이 높은 100여개 기업에 적용될 예정으로 이중 우리 기업은 한두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매출이 200조원 가량인 삼성전자는 적용이 사실상 확실하고 연결매출 30조원 내외 SK하이닉스(000660)는 현재는 적용 대상이지만 향후 매출액·이익률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봤다.

세수 측면에서는 삼성전자 등이 해외에 세금을 내는 마이너스 요인도 있지만 100여개 글로벌 기업들의 세금을 걷는 플러스 요인도 있다.

정정훈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아직 세부적인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종합 세수 영향을)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며 “내부적으로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IFC몰 내 애플 스토어 매장에서 입장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G20서 최종 합의, 한국측 쟁점별 대응 방향 추진

필라2는 최소 15% 이상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키로 했다. 급여비용이나 유형자산의 순장부가치 등 실질 사업활동 지표 일정부분은 과세표준에서 공제한다. 국제해운소득은 적용을 제외한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조세피난처 등을 활용한 다국적기업의 조세 회피와 세계 각국이 자국 기업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법인세 인하 경쟁을 차단하려는 국제적 노력이다.

우리나라의 국내 최고 법인세율은 25%이다. 15% 수준의 최저한세율이 저촉되는 구간은 과세표준 2억원 이하(10%)다.

기재부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국가간 법인세 인하 경쟁이 줄면서 글로벌 기업 유치에 긍정적인 조치로 봤다.

이날 공개된 디지털세 방안은 오는 9~10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논의하고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할 전망이다.

한국은 IF 이사국(24개국)의 지위로 그간의 모든 회의에 참여했으며 OECD 사무국 및 타국가와 양자 면담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정 정책관은 “10월 G20까지 세부 쟁점을 논의할 예정으로 10월까지 우리측 이해관계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주요 쟁점들에 맞춰 쟁점별 대응방향을 정밀히 만들겠다”고 말했다.

필라1 기본 개념. (이미지=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