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만들던 게임사, 韓문화재 되찾아

  • 등록 2019-06-19 오전 9:31:31

    수정 2019-06-19 오전 9:31:31

백자이동궁명사각호와 중화궁인(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백자이동궁명사각호’와 ‘중화궁인’이 게임 업체의 후원으로 고국에 돌아왔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조선 시대 숙선옹주(1793~1836, 정조의 서차녀, 수빈 박씨 소생)가 살던 궁에서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이동궁명사각호’와 조선 시대 왕실 관련 인장인 ‘중화궁인’을 라이엇 게임즈 후원으로 지난 3월 미국 뉴욕의 경매에서 매입하여 국내로 들여왔다고 19일 밝혔다.

두 문화재는 문화재청 산하 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이 국외 경매현황을 점검하다가 발견해 전문가들의 가치평가와 문화재청과의 구매 타당성 등을 거친 후 경매로 구매에 성공한 것들이다. 이번 환수는 문화재청과 문화재지킴이협약을 맺고 한국 문화유산 보호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회사 라이엇 게임즈(한국대표 박준규)의 기부금으로 이루어졌다.

이번에 들어온 ‘백자이동궁명사각호’는 조선 19세기 분원 관요에서 제작된 단아한 형태의 사각호로, 바닥면에 청화로 쓴 ‘이동궁’이라는 명문이 있다. 궁은 왕실 가족이 사용하는 장왕실 가족의 궐 밖 궁가는 사동궁과 계동궁 등 지명을 따서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았다. 백자호에 쓰여 있는 ‘이동궁’의 이동 역시 서울의 한 지명(현재 서울시 중구 초동 일대)으로 이 백자호는 혼인 후 이동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진 숙선옹주의 궁가에서 사용된 기물로 추정된다.

‘중화궁인’의 인뉴(도장 손잡이)는 서수 모양이고, 인면(도장에 글자를 새긴 면)은 ‘중화궁인’을 전서와 해서가 혼용된 독특한 서체로 조각되어 있다. ‘중화궁’은 ‘승정원일기’와 ‘일성록’ ‘비변사등록’ 등에 언급되어 있으며 앞으로 면밀한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번 문화재 환수는 지난 2017년 환수된 ‘효명세자빈 죽책’, 2018년에 국내로 들어온 ‘덕온공주 동제인장’과 ‘덕온공주 집안 한글자료’에 이어 조선 시대 왕실 관련 연구의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백자이동궁명사각호’와 ‘중화궁인’은 앞으로 조선왕실유물 전문기관인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지병목)에서 관리할 예정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들 유물에 대한 전문적인 보존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국민들에게도 공개전시 등을 통해 선보일 것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유명 온라인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롤)를 서비스한다. 2012년부터 문화재 환수 및 활용을 위한 지원을 해왔다. 그동안 조선 시대 불화 ‘석가삼존도’와 ‘효명세자빈 죽책’, 항일의병장 척암 김도화의 ‘척암선생문집책판’ 환수에 도움을 줬다. 이번 2점의 문화재 환수로 또다시 의미 있는 환수 사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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