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국내 가계신용은 역대 두번째 규모인 44조9000억원 증가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 등 여파로 가계부채가 과열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먼저 고액 신용대출 조이기부터 나섰다.
금융당국, 가계부채 관리 본격화
금융위원회는 30일부터 이러한 내용의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본격 시행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3일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하며 고액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상환능력 심사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고액 신용대출에 대해 사후용도 검증을 철저히 할 방침이다. 30일부터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은 뒤 1년 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 있는 주택을 구입하면 해당 대출은 회수된다. 부동산 투자를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더해 거액의 신용대출까지 받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 급증이 향후 부동산시장 잠재위험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규제는 부부 합산이 아닌 개인 차주별로 적용된다. 일례로 부부가 각자 9500만원씩 신용대출을 받고서 1년 내 규제지역 주택을 구입할 경우 대출금 회수조치는 없다. 30일 이전에 받은 신용대출에는 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DSR 적용 대상과 기준도 강화된다. DSR은 차주가 매년 상환해야 하는 모든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 대비 대출 부담을 규제한다.
또 차주 단위 DSR 적용대상에 연간 8000만원 초과 소득자의 1억원 넘는 신용대출이 포함된다. 연소득 8000만원은 소득 상위 10% 수준이다. 지금은 규제지역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은행권의 대출에 대해 DSR 40% 규제가 개인별로 적용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전분기(1637조3000억원)에 비해 약 44조9000억원(2.7%) 늘어난 1682조1000억원으로 집계된다. 사상 최대다. 특히 3분기 가계신용 증가액은 지난 2016년 4분기 46조1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많은 규모다.
금융당국은 은행별로 신용대출 취급관리 목표를 세워 준수토록 하고, 소득 대비 과도한 신용대출이 공급되지 않도록 수시 점검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또 내년 1분기 중 상환능력 위주 대출심사가 이뤄지도록 DSR 강화를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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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미 신용대출 줄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3일부터 신용대출 1억원(타행 포함)이 넘는 차주에 DSR 40%를 적용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연소득 8000만원 초과 차주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규제를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주력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하나원큐’ 한도를 2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였다.
우리은행도 대면·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의 한도를 기존 2억~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NH농협은행은 우량 및 일반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줄이고, 연봉 8000만원 초과 고소득자 한도를 ‘연소득 2배 이내’로 축소하는 등 신용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소비자는 이번 규제를 앞두고 막판 대출받기에 나선 모습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총 신용대출 잔액은 이번 규제가 발표된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총 2조1928억원 증가했다. 지난 10월(2조4563억원) 전체 증가액에 육박하고 9월(2조1121억원) 증가액은 넘어섰다. 규제 발표 후 신설되는 마이너스통장은 하루 평균 5000개로 그 이전의 1900여개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규제를 직접 하는 데다 은행들은 연말을 앞두고 자체적으로 대출총량 관리의 필요성이 있어 대출 줄이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