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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리디는 OTT 사업부문인 라프텔을 매각해 정리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콘텐츠 경쟁이 한창인 OTT 업계 상황을 감안할 때 대규모 자본 투입이 불가피한 데다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만큼, 빠르게 실적을 쌓고 있는 웹툰·웹소설 사업에 더 힘준다는 방침이다. 라프텔은 2014년 출범한 국내 1위 애니메이션 OTT로 지난 2019년 리디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리디가 지분 100%를 들고 있다.
리디는 2008년 전자책 서비스 리디북스로 사업을 시작해 국내 1위로 키웠다. 이어 2018년과 2020년 각각 웹소설, 웹툰 시장에 뛰어들어 지적재산권(IP)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2020년 11월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를 북미시장에 출시하면서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 사업 성장성을 인정받아 올 2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기투자자 산업은행, 엔베스터,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부터 1조 6000억원의 기업가치로 1200억원 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앞서 리디는 2018년과 2019년 아웃스탠딩, 라프텔을 각각 인수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만타가 지난 7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650만건을 돌파하는 등 고속 성장 중이고, 시장 규모가 크고 유망한 만큼 총력을 기울이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개선 과제 시급…왓챠 인수 물건너 가나
라프텔 매각은 리디 수익성 개선 노력과도 맞닿아 있다. 리디의 2021년 연결기준 매출이 2038억원으로 전년(1556억원)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92억원 손실을 기록해 전년 26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순손실의 경우 202년 162억원에서 작년 666억원으로 손실 폭이 크게 확대됐다.
손실폭 확대 원인에는 자회사 실적 부진도 한몫했다. 아웃스탠딩과 오렌지디(IP 콘텐츠), 에이시스미디어(전자책 출판사), 투디씨(게임 퍼블리셔), 투디씨 상해, 디리토(웹소설 플랫폼), 라프텔 등 지난해 연결로 잡히는 종속회사 모두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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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무차별적 외형 확장보다는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느냐가 중요해졌다”며 “리디의 경우도 OTT의 미래가치만 보고 리스크를 지다가 손실이 나서 허덕이는 것보단 확실히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자 왓챠 인수도 사실상 멀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기업 계열 OTT 경쟁사들이 대규모 자본을 기반으로 인수 의지를 피력한 상황에서 지분 스왑 형태로 왓챠 인수를 추진하는 리디 인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자금 조달 능력 면에서 경쟁사와 비교해 현실적으로 상대가 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라프텔 정리 수순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명분마저 헐거워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리디 측 관계자는 “사업 정리 등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