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노년기 건강은 허리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리가 건강하지 않으면 허리를 구부리고 양말이나 신발을 신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고, 걷는 것도 힘겨워 외출도 쉽지 않기 때문에 활동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로 인해 노인들에게 흔한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과 같은 만성질환 관리에도 비상이 생길 수 있다.
| 홍영호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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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허리에 찾아오는 가장 골치 아픈 질환은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50대부터는 노화로 척추나 관절이 급격히 약해지고 활동량이 줄어든다.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 호르몬의 영향으로 뼈와 관절이 쉽게 약해져 골다공증이 생기거나 척추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는데, 척추관협착증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실제 허리통증으로 진료실을 찾는 60대 이상의 환자 중 80%는 척추관협착증에 해당한다.
척추관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두꺼워진 뼈가 신경을 눌러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요 원인은 노화로 인한 퇴행이지만 척추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시간이 지나면 통증은 허리뿐만 아니라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로 이어지고, 저릿저릿한 느낌도 생긴다. 걸을 때 더욱 심해지는데 협착증이 있는 어르신들이 길을 가다 주저 앉아 쉬거나 유모차나 보행기구 등을 밀고 다니는 것은 앉거나 몸을 앞으로 구부리면 그 증상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의 경우 허리통증을 대부분 나이 탓으로 여겨 방치하기 쉬운데 증상이 오래됐거나 심한 경우 보행 장애가 생길 수 있고,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감각장애나 배뇨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척추관협착증 초기에는 운동을 제한하고 약물치료 및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을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에 부모님을 만난다면 허리 건강부터 체크해보자. 우선 평소 다리 저림 증상이 있는지 살펴본다. 디스크나 협착증과 같은 허리 질환이 있으면 허벅지와 종아리 등 한쪽 다리에 저림 증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부모님과 함께 산책을 나서거나 걷는 모습을 관찰해 보는 게 좋다. 이동 중 몇 걸음 걷지 못하고 힘들어서 쉬려고 한다면 허리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걷다가 허리를 펴고 서 있는 것보다 숙이거나 쪼그려 앉는걸 더 편하게 생각한다면 허리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 주무실 때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면 척추 질환이 더 심해졌을 수 있으므로 주무시는 모습을 관찰해 보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 부모님의 체중이 과하게 증가했다면 척추, 관절 모두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 깊게 살펴 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