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세계문학 읽으며 절망 딛고 희망 키웠죠"

김용복 농협생명 사장의 남다른 책 사랑
  • 등록 2015-05-25 오후 4:17:40

    수정 2015-05-25 오후 4:17:40

김용복 농협생명 사장이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어린 시절 책과 얽힌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1955년생인 김용복 농협생명 사장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대표적인 한국 베이비부머 세대다. 6·25전쟁 직후 나라 전체가 궁핍했던 당시 김 사장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꽁보리밥과 옥수수 죽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김 사장은 “그때만 해도 못 먹고 못 살았지만 대다수가 절대 빈곤 속에서 살아가던 때라 빈부격차에 따른 불만은 덜했다”며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군부대에서 제공하는 우윳가루로 배를 달랬는데 요즘처럼 가루가 아닌 딱딱한 돌덩이 같았다”고 회상했다.

김 사장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인생에 가장 아픈 경험을 겪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11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유독 어머니의 귀여움을 받은 터라 슬픔이 더 컸다. 김 사장이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몰두한 것은 책이다. 그는 깨알 같은 글씨로 쓰인 세계문학 100대 전집을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그는 “중학생 때 밤새 책을 읽었다. 어머니가 없다는 사실에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럴 때마다 책을 통해 세상을 보고 내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읽었던 대다수의 문학전집이나 소설의 결말이 비극적이지 않아 위로를 받았고 이를 통해 삶의 원동력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법대를 졸업한 김 사장은 절에서 먹고 자며 고시공부에 매달렸다. 절에는 전기 공급이 안 돼 밤이 되면 흔들리는 촛불 아래서 빽빽하게 적힌 법전을 읽어 나갔다. 그는 “결국 고통이 있으니깐 즐거움이 있지 않겠냐”며 “살면서 행복과 고통 어느 것이 더 많겠냐. 삶의 그런 경험이 지금의 단단한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책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허경은 작가의 ‘우리는 낯선 곳에 놓일 필요가 있다’는 책에 푹 빠졌다.

김 사장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떠났던 곳을 다시 방문해 그것과 만나기는 쉽지 않으니 다시는 미련이 남지 않도록 먹고 싶은 것, 느끼고 싶은 것들을 열심히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해 나의 여행지들을 사랑해야 한다.’였다”며 “우리가 매일 순간순간에 왜 온 힘을 다해야 하는지를 공감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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