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두둔 책 영화화 된다…'2차 가해' 우려

박 전 시장 성추행 인정됐다지만 ... '셀카밀착' '속옷사진' 증거 없어 주장
피해자, 연거푸 신상공개 돼 개명하기도
  • 등록 2022-07-11 오전 10:00:41

    수정 2022-07-11 오전 10:02:50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한 영화감독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관련 “박원순의 비극을 영상으로 재구성한다”며 영화 개봉 소식을 알려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가 저술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저서
‘비극의 탄생’ 영화화…“후반 작업 중”

김대헌 영화감독은 박 전 서울시장 2주기 다음날인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가 저술한 ‘비극의 탄생’을 영화화한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어제 박 전 시장의 창녕 생가에서 손병관 기자의 ‘비극의 탄생’ 다섯 번째 북콘서트가 있었다. 손 기자의 초청으로 생가에 모인 시민 여러분께 제가 준비하고 있는 가칭 ‘비극의 탄생 다큐멘터리’ 제작 상황을 간략히 말씀드렸다”며 “책 출간 이후 지금까지 영상화하는 작업을 이어왔고 올해 안에는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후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카더라로 부풀려진 통념과 책이 새롭게 밝힌 사실의 괴리를 알게 된 상당수의 독자가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분개하셔서 더 직관적인 영상 미디어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알려져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져 제작을 추진하게 됐다”며 “그 동안 언론의 일방적 보도에 의해 아직 많은 분들이 사건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소수 분들의 지지와 후원으로 힘들게 (영화를) 준비해 왔다. 많은 지지를 부탁 드린다”며 “자세한 내용은 추후 다시 올리는 공지를 참조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책은 ‘박원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확실한 진상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출간됐다. ‘셀카 밀착’, ‘속옷 사진’ 등에 대해 인권위가 “증거가 없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별건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이 인정됐다는 점이나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메시지와 사진 등을 보낸 사실을 인정했음을 분명히 밝혔다.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뒤 10일 후 사망했다. 법에 의해 진상규명이 될 수 있었던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그 와중에 피해자의 신상은 연거푸 공개돼 이름까지 바꿔야만 했다.

박원순 다큐멘터리, 2차 가해 우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과 2차 가해의 실상, 상처를 극복한 과정을 펴낸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사진=교보문고)
유족 측과 피해자의 법리적 다툼이 진행되는 가운데 “피해 사실 일부에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 책의 영화화 소식은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가인권위는 2020년 7월부터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의혹 사건에 대해 직권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시간에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을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2차 가해를 막을 매뉴얼 마련 등을 권고했고,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인권위의 권고를 모두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성추행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했던 김민웅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첫 공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가 보낸 편지의 사진을 게시할 당시 실명이 기재됐던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실제로 게시 후 10분 이내에 바로 게시물을 수정했다”며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교수에 대해 징역 1년형을 구형했고 김 교수에 대한 선고는 오는 8월 19일 이뤄질 예정이다.

야권에서도 이 같은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콘텐츠 제작에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우리 당은 지금이라도 박원순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속해야 한다”며 “사건 이후 고인의 일부 지지자와 강성 팬덤은 피해자의 신상을 유포하고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2차 가해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형 성폭력은 한 개인의 삶과 존엄을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우리 당은 권력자와 피해자가 맞설 경우,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당 차원의 사과를 촉구했다.

반면 박 전 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10일 “(박원순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의 진실을 차츰 감지하게 되었다. 박 시장은 누명을 썼다고 확신한다”라며 “이는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확인되는 박 시장 사건의 사실관계만을 가볍게 한번 훑어봐도 누구나 상식에 비춰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은 ‘누명’이라고 반박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소장은 “차기 대통령이나 서울시장과 같이 상당히 큰 권력 가진 사람의 성폭력 사건을 드러냈을 경우 ‘네가 매장당할 수도 있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주는 것”이라며 “누구나 일터에서 성별 등 권력관계를 통해 정신적·물리적 폭력을 당할 수 있는데 그 권력을 나쁘게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옹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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