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전 실거주 목적으로 임차인이 있는 아파트를 구매했다면 임대차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아파트 일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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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문경훈 판사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 소유권자인 A씨 부부가 임차인 B씨 가족을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소송에서 “임대차 계약 종료일에 5000만원을 받고 아파트를 넘기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 부부는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기 약 3주 전인 지난해 7월 5일 실거주 목적으로 B씨가 임차인으로 있는 아파트 매수 계약을 했다. 아울러 같은 해 10월 30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B씨의 임대차 계약은 올해 4월 14일 만료 예정이었다. B씨 측은 A씨가 소유권을 넘겨받기 직전인 작년 10월 5일 기존 집 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A씨는 집 소유권을 넘겨받은 뒤에도 B씨가 임대차 계약 갱신을 요구하자 “이전 집 주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해 B씨와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봐야 한다”며 법원에 건물 인도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전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었다”며 “원고들로서는 계약 당시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당연히 자신들이 실제 거주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매매계약 당시 도입될지 알 수 없던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실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면 이는 형평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법원 관계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전에 매매계약을 맺고 계약금까지 지급한 경우에는 임대차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가 같은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지만, 판결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한편 B씨 부부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고 현금을 공탁하는 조건으로 항소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집행 정지 결정을 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