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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으로 구성된 공정경제 3법에 더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재계는 지난 14일과 15일 연이어 정치권 관계자들과 회동을 가지며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 저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경제 위기 상황에서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기업들의 경영 부담은 대폭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가장 문제 소지가 큰 법안으로 상법 개정안을 꼽았다. 최 교수는 △감사위원 이사와 분리 선출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완화 조항이 문제가 된다고 봤다. 특히 최 교수는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완화가 가장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소수주주권은 주주제안권과 이사해임청구권 등 소액주주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1주의 주주라도 행사할 수 있는 단독주주권과 달리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보유 지분과 보유기간 조건은 비상장회사와 상장회사가 다르다. 일례로 주주제안권을 행사하려면 비상장회사는 보유기관 상관없이 지분 3%, 상장회사는 지분 1%를 6개월 동안 보유해야 한다. 정부는 소액주주 권리 향상 등을 위해 비상장사 조건인 지분 3% 이상을 확보하면 보유 기간과 상관없이 상장사에 대한 소수주주권 행사도 가능할 수 있도록 했다.
최 교수는 “공정 경제3법 등은 독배(毒杯)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소액주주 권리 향상을 위한 취지라고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지분 3%를 보유하기가 어렵다”며 “결국 헤지펀드 등 해외 투기자본들만 좋은 일 시키는 행위다. 경영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조항도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회 이사가 되는 감사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뽑고 이때 최대주주 의결권을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3%로 제한하도록 했다.
그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을 동시에 진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라며 “적군(해외 투기자본)에게 아군의 심장(이사회)을 내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의결권을 3%로 제한하게 되면 해외 투기자본이나 경쟁사가 일종의 스파이 감사위원을 앉힐 수 있다”며 “해외 투기자본이 등이 마음만 먹는다면 지분을 3%씩 쪼개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자신들이 내세운 이사를 감사위원에 앉힐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또 “대기업의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4촌이내 인척)이 수백명이 되는데 이를 분류하기도 쉽지 않다”며 “일본의 경우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지만 대주주 의결권 3%제한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경제가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정부가 기업에 간섭할 것이 아니라 서포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경영권 제한 규정은 수두룩 하지만 경영권 방어 규정은 거의 없다”며 “공정경제 3법을 꼭 도입해야 한다면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과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도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도는 다른 나라에도 시행하는가.
△일본만 한다. 단 일본은 대주주 의결권 제한 3%룰이 없기 때문에 시행하는 것이다. 일본은 상장사의 주주에게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을 완화해주지 않는다.
-소수주주권 행사 보유기간 완화를 가장 우려되는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이유는.
△상장사의 경우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려면 미국은 1년, 일본은 6개월간 일정 부분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그런데 개정안은 보유기간을 없앴다. 즉 비상장사 조건인 지분 3%만 가지면 주주제안권 등 소수주주권을 보유기간 상관없이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분 3%는 소액 주주가 가지기 쉽지 않은 지분이다. 결국 해외 투기자본이나 경쟁사가 각종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며 보유주식을 높은 가격에 팔아 프리미엄을 챙기는 그린메일 등에 나설 수 있어 우려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 없는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지주회사 지분율 강화와 내부거래 규제대상 확대 영향은?
△지주사 지분율 강화는 기존 지주사 전환 유도 정책과 상충된다. 지주사 제도는 대기업 순환줄자 구조 해소 등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해 김대중 정부가 허용하고 노무현 정부가 장려한 제도다. 지배구조 투명화 방법은 정부가 아닌 기업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집단 구조를 경쟁법(독점금지법)으로 제한한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회사법으로 규정한다. 자기거래금지 의무 등 회사법에 이미 규제가 다 있기 때문이다. 경쟁법이 아닌 회사법으로 제한을 고려해 봐야 한다. 내부 거래도 기업간 거래인데 무조건 규제하는 것도 옳지 않다.
-우리나라는 대륙법계 국가인데 정부와 여당은 영미법계 법안을 도입하는 추세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미 소비자보호법과 하도급법 등 17개 법률에 도입돼있다. 해당 법들로 충분히 배상받을 수 있다. 또 영미법계 법안을 도입하려면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기업이 대응할 방법은 있나?
현재로서 입법저지 말고 대응 방안은 없어 보인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상장 폐지나 국내를 떠나는 수밖에 없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기업 천국인데도 상장 폐지를 진행하고 있다. 모·자회사 상장은 자칫 전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다. 올해 자회사를 상장폐지한 일본 상장사는 15곳이다.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한 것이 그룹 경영의 족쇄로 작용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모·자회사가 저마다 자사 소액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일이 많아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기업에 국민이 투자한 돈이 들어갔기 때문에 간섭해야 한다고 의견이 적잖다. 문제는 경영 간섭권이 투자 비중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액을 투자했으면 그 분량만큼 간섭권을 부여하는 게 정상이다.
△최준선 교수는?
1951년생으로 성대 법학과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거쳤다. 이후 독일 마르부르크대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도 취득했다. 성대 법과대학 교수와 △한국기업법학회 회장 △국제거래법학회 회장 △한국해법학회 회장 △한국상사법학회 회장 △한국항공우주정책법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