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시달리다 극단 선택한 돼지 농장주...유서에 "힘들다"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전남 보성의 한 돼지농가 농장주가 악취 민원에 시달리다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한한돈협회에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는 농가의 호소가 잇따르며 양돈업계의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악취 민원을 받은 전남 보성 한 돼지농가 농장주가 지난달 21일 유서를 남기고 극단 선택을 했다. (사진=대한한돈협회 제공)

대한한돈협회(이하 한돈협회)는 오는 16일 환경부 청사 앞에서 숨진 양돈 농가 농장주 A씨를 기리는 추모제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한돈협회 등에 따르면 전남 보성 웅치면에서 20년 넘게 양돈장을 운영해 온 60대 농장주 A씨가 지난달 21일 농가 인근에서 극단 선택을 했다.

A씨는 올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4차례에 걸쳐 돼지 축사에 대한 악취 민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여러 차례 현장을 점검한 결과 농가에서 심한 악취는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반복된 민원을 고려해 A씨에게 냄새 저감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돈업계는 A씨가 반복되는 악취 민원과 행정 단속에 심적 부담을 느껴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이제까지 열심히 살아왔는데, 민원 제기로 너무너무 힘들다. 주변 주민분들 그동안 정말 죄송했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돼지 농장에서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씨의 죽음이 알려지며 한돈협회 홈페이지 추모란에는 그의 고충에 공감하며 애도하는 글이 잇따랐다. “저희 농가도 몇 대째 돼지농장을 운영하는데 악취 민원으로 힘들다” “매일 민원 걱정을 하며 돼지를 키우고 있다” “돼지 키우는 게 죄라는 이야기 그만 듣고 싶다” 등의 내용이다.

한돈협회는 성명을 내고 “한돈산업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소중한 단백질을 공급하는 식량 산업이나 늘어나는 냄새 민원과 행정 규제로 인해 축산업이 위협받고 있다”며 “무리한 규제로 생을 저버리는 상황을 두고 전국 한돈농가들은 깊은 좌절을 느낀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999년 보성군 웅치면에서 축산업을 시작한 A씨는 대한한돈협회 보성지부장을 역임했다. 그의 농장은 전남도 동물복지형 녹색축산농장·농림축산식품부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을 받으며 지역 한돈 산업계에서 모범 농가로 꼽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