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이 보물로..600조 폐배터리 재활용시장 사활건 韓기업

내달 유럽 핵심광물원자재법 초안 공개될 예정
폐배터리 재활용 의무화 포함될 가능성 커
포스코, 재활용 공장 본격 가동..삼성SDI도 성일하이텍과 제휴
정부 지원 및 처리 단계별 책임소재 등 기준 확립해야
  • 등록 2023-02-26 오후 5:45:16

    수정 2023-02-26 오후 7:41:55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폐배터리 시장은 2050년 600조원 규모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다음달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의무화 조치가 포함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025년부터 폐배터리 쏟아져..내달 중 ‘유럽판 IRA’도 공개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는 내달 8일 핵심광물원자재법(CRMA)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CRMA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각된 공급망 불안에 대응해 EU가 내놓은 유럽판 IRA다. 미국의 IRA처럼 유럽 내에서 생산된 리튬, 희토류 등 원자재에 대한 세금 및 보조금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순환경제 시스템 강화 및 핵심광물의 역내 조달 비율을 높이기 위해 폐배터리의 재활용 의무화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해 3월 EU는 폐배터리 회수율 목표를 높이고 재활용 원료 비율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속가능한 배터리법 수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전기차 생산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폐배터리 시장도 커질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최소 5년에서 10년 정도다. 주행거리 감소, 충전 속도 저하, 급속 방전 등의 문제가 발생해 배터리 교체가 불가피하다. 현재 폐배터리 재활용은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품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배터리 교체가 본격화되는 2025년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폐차 대수는 2025년 56만대에서 2030년 411만대, 2035년 1784만대, 2040년 4277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ESG도 충족·원재료도 확보...국내기업 투자 활발

국내 기업들도 서둘러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중국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 ‘포스코HY클린메탈’을 만들고, 지난 23일 재활용 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지난 1월에는 폴란드 브젝돌니시에 ‘PLSC(Poland Legnica Sourcing Center)’ 공장을 준공했다. PLSC에서 폐배터리를 회수·분쇄해 열처리를 거쳐 중간원료로 만들면, 포스코HY클린메탈에서 원재료를 추출한다.

지난 24일 포스코HY클린메탈과 협력사 임직원 등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1공장 무재해 가동을 위한 안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포스코HY클린메탈)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2월 BMR 사업과 관련해 시험 생산 공장(Demo Plant)을 완공한 데 이어, 성일하이텍과 함께 연내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이어 2025년 첫 상업공장을 건설한다는 목표다. 성일하이텍은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습식제련을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 내 코발트·니켈·망간·구리·탄산리튬 등을 회수하고 있다. 김 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최근 “올해 중기 탄소 감축 방안을 구체화하고 플라스틱 재활용, 폐배터리 재활용 등 친환경 사업과 제품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일찌감치 성일하이텍과 손을 잡았다. 삼성SDI 8.81%, 삼성물산 4.9%, 삼성벤처펀드 0.09% 등 삼성그룹이 성일하이텍 지분 13.8%를 보유하고 있다. 천안·울산 공장에서 발생하는 불량품이나 폐기물을 성일하이텍에 공급하고, 성일하이텍은 원재료를 삼성SDI에 공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과 북미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Li-Cycle)’에 6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하고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산니켈을 10년 동안 공급받기로 했다. 이 밖에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충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을 오창공장에 설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폐배터리 시장이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ESG 경영으로 탄소중립이나 자원의 선순환이 강조되고 원자재 공급망 확보 필요성이 커지면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폐배터리 시장의 성장을 위해선 정부의 정책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폐배터리의 안전성과 잔여 성능을 검증할 인증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고, 수거와 재활용·재사용 등 처리 단계별 법적 책임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김희영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폐배터리 수거량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재활용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일정 기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또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규격뿐 아니라 등록, 회수, 포장, 운송, 해체 등 각 단계별로 국가표준을 제정해 단계별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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