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10월을 전환 기점으로 삼겠다고 예고한 데 대해 의료계는 긴장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 상황이 예상보다 장기화한데다 4차 대유행까지 쉽게 감소세로 접어들지 않으면서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 확진자 수가 얼마나 증가할지도 미지수라 이에 대한 업무 과중 문제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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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시작된 4차 대유행이 두 달 넘게 지속하고 있다. 쉽게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서 확진자 수는 여전히 정체된 상황이다. 9월 첫주 감소하는 것으로 보였던 확진자 수는 12일 0시 기준 1755명, 토요일 역대 2번째 규모로 일주일 전보다는 260명 이상 늘었다. 이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수도권에 이어 비수도권에도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동시에 고강도 방역수칙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거리두기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민은 위드 코로나를 요구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실질적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은 8일 오후 11시부터 9일 오전 1시 15분까지 전국 단위로 차량시위를 진행했다. 시위를 주최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위드 코로나로 모든 자영업자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드 코로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결정할 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아닌 치명률이나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때문에 확진자 수가 현재처럼 네자릿수를 기록하더라도 감기나 독감으로 여기고 일상생활과 병행하는 것이다. 해외에선 영국과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국가에서 위드 코로나를 진행 중이다.
대학병원에 근무한 지 1년이 채 안 된 신입 간호사 김모(25·여)씨는 일반병동에서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 수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간호사) 한 명이 7~8명을 보는 때도 있다”며 “병원이나 의료체계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실제 현실 업무의 괴리감이 있다는 걸 근무하면서 느꼈다”고 고백했다.
담당하는 환자가 많다 보면 환자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해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장모씨는 “한 번이라도 환자 상황을 더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을 챙기면 빠른 처치도 가능하다”며 “중증도가 악화하거나 사망할 확률도 현저히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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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당 돌봐야 하는 환자도 많다 보니 꼼꼼히 살펴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병원에서 말하는 의료진들의 1인당 환자 수는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측정방법을 사용한다. 간호사는 3교대로 근무하기 때문에 하루 동안 일한 간호사가 9명이더라도 실제로는 시간대마다 3명이 일한 셈이다. 환자가 30명일 경우 시간대별로 간호사 한 명이 환자 10명을 돌보는 것이다. 다만, 병원 측에서는 하루 근무 총인원인 9명으로 계산해 한 명당 3~4명을 관리한다고 말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환자 수가 많아 감당이 안 돼서 중증환자가 나오면 에크모(ECMOㆍ체외막산소공급)까지 달아야 한다. 그러면 의사들도 마음 아파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진자 수 자체를 줄여야 하는 게 맞고, 병상 확보와 의료진 현실은 다르므로 별개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면 실질적으로 의료 현실을 고려한 후 전환 시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 의료 현실이 열악한 건 너무 당연한 얘기다”라며 “현재 대한의사협회 의무위원회에서 위드 코로나에 대해 연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집단 방역과 개인 방역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언제, 어떻게 시행할지 합리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향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지금 이대로 위드 코로나를 진행하는 건 위험하다”며 “현재 (의료) 현장 상황을 그대로 놔두고 아무런 개선 없이 (위드 코로나를) 하기엔 현장이 너무 힘들어서 간호사들이 버티기 힘들다. 의료진에겐 그냥 허무한 얘기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