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가수 임영웅의 KBS2 음악방송 ‘뮤직뱅크’ 순위를 둘러싼 논란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 기회 균등과 공정의 가치가 크게 훼손된 세태를 주목하고 있다. 대중문화계를 포함, 정치권 등 각 부문에서 왜곡 조작 사태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불신이 팽배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KBS ‘뮤직뱅크’ 방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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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영등포경찰서는 최근 임영웅의 뮤직뱅크 방송점수 0점 논란과 관련한 고발장과 진정서를 접수해 사건을 사이버범죄수사팀에 배당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민원인은 이달 13일 걸그룹 르세라핌과 함께 1위 후보에 올랐던 임영웅이 부문별 점수 중 하나인 방송 횟수 점수에서 0점을 받아 총점에서 밀린 것을 두고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뮤직뱅크 순위는 △디지털음원(60%) △방송 횟수(20%) △시청자 선호도(10%) △음반(5%) △소셜미디어(5%)를 합산한 총점으로 결정된다. 경찰은 법령 검토에 들어갔고, 조만간 고발인과 진정인에 대한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KBS 측은 논란이 일자 “순위 집계 기간인 2∼8일에 KBS TV, 라디오, 디지털 콘텐츠에서 임영웅의 노래 ‘다시 만날 수 있을까’가 방송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네티즌 등은 KBS 일부 라디오에서 집계 기간 임영웅의 곡을 들었으며 음반, 음원 점수 면에서 임영웅이 압도적이라며 점수 반영 세부 기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KBS의 어설픈 해명이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방송가의 조작 사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케이블채널 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X’는 제작진이 소속사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한 혐의로 파문을 일으켰고, 해당 프로그램을 연출한 안준영 PD와 김용범 PD는 구속됐다. 득점 순서를 조작해 방송한 SBS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은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고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즉시 교체했으며, TV조선 ‘아내의 맛’은 조작 논란 이후 지난해 폐지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환경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되면서 조작된 여론과 가짜뉴스의 전달 범위와 속도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히 전파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IT기술의 발전으로 앞으론 가짜뉴스 뿐만 아니라 화면이나 스트리밍 화상을 조작하는 방식도 생겨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회에 대한 불신감은 더 쌓이게 될 것”이라면서 “포털에서의 필터링 강화 등 댓글 문화는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며 사법적 처벌 규정과 윤리기준이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현 사회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 있다보니 본인의 상식과 맞지 않는다 판단되면 조작이 있나 생각하게 되고 특혜가 있는건 아닌가부터 의심하게 된다”면서 “현 사회가 공정의 이슈에 대해 굉장히 예민한 상태에 빠져있고, 피로감도 누적된 상태”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