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 재고 의류 폐기 방식 ‘친환경’으로 바꾼다 … "패션업계 첫 시도"

재고 의류 소각 대신 업사이클링 인테리어 마감재로
"연간 약 144톤의 탄소배출량 감소 기대"
  • 등록 2021-02-09 오전 8:48:16

    수정 2021-02-09 오전 8:48:16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한섬이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재고 의류 폐기를 친환경 방식으로 바꾼다. 불태워 폐기하던 기존 처리 방식이 환경보호에 역행한다는 우려가 커지자,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Up-cycling)’해 친환경 마감재로 다시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한섬은 올해부터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 과정을 통해 친환경으로 폐기 처리하는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도입해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업사이클링은 쓸모가 없어져 버려지는 제품을 단순 재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친환경적인 기술이나 디자인, 아이디어 등의 가치를 부가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타임 청담 에비뉴점에서 직원들이 재고 의류로 만든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한섬)
‘탄소 제로(0) 프로젝트’는 폐기될 재고 의류를 폐의류 재활용업체(㈜세진플러스)가 고온과 고압으로 성형해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섬유 패널)로 만드는 게 특징이다. 한섬은 그동안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매년 신제품 출시 후 3년이 지난 재고 의류 8만여벌(약 60톤)을 소각해 폐기해 왔다.

회사 관계자는 “‘탄소 제로(0) 프로젝트’ 운영으로 재고 의류를 소각하지 않아, 매년 약 144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30년산 소나무 2만여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재고 의류를 업사이클링해 재탄생되는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는 의류에 사용되는 섬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한데다, 유해화학물질인 폼알데하이드도 거의 방산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열전도율(0.044W/m.K)이 낮아 단열 효과가 뛰어나고, 흡음(흡음률 75~83%) 효과도 높다.

마감재는 크게 세 단계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먼저 재고 의류에서 섬유 소재만 걸러내 파쇄(破碎)한 뒤, 타면(打綿) 공정을 통해 솜과 같은 형태로 만든다. 끝으로 섬유를 압축시켜 가로 2m, 세로 1m의 규격으로 완성시킨다.

한섬이 국내 패션업계 최초로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도입해 운영키로 한 건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폐의류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환경오염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땅과 바다에 버려지거나 소각되는 폐의류로 인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연간 120억톤으로,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에 달한다.

여기에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재고 의류를 태워 처리하던 해외 유명 패션 업체들이 공익단체 등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폐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회사 관계자는 “재고 의류를 소각하지 않고 친환경 방식으로 처리하면 비용이 기존보다 6배가 더 들고, 처리 기간도 1~2주 이상 더 걸린다”며 “국내 패션업계를 선도하는 대표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친환경 재고 의류 처리방식을 앞장서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섬은 지난해 하반기 12톤의 재고 의류를 친환경 처리 방식으로 시범적으로 폐기한 데 이어, 올해 연간 재고 의류 물량의 절반 수준인 30톤가량을 ‘탄소 제로(0) 프로젝트’를 통해 처리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2024년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한섬의 모든 재고 의류를 친환경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한섬은 특히, 지난해 시범 운영을 통해 생산된 친환경 마감재 일부를 재매입해 브랜드 매장 내부 마감재로 쓸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26일 오픈하는 ‘더현대 서울’에 입점하는 시스템·SJSJ·더캐시미어 매장 내 피팅룸에 친환경 마감재를 사용할 예정”이라며 “피팅룸 마감재 외에 각 브랜드 매장의 바닥재와 벽채, 진열대 등에 활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섬 관계자는 “이번 ‘탄소 제로(0) 프로젝트’뿐 아니라 ‘지속 가능 패션’이란 전세계적 환경보호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앞으로도 친환경 소재, 자원 재활용 등의 환경친화적인 활동과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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