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6~7월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량이 급증했다. 규제가 본격화하기에 앞서 반도체 장비를 미리 확보해 피해를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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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인용해 지난 6~7월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이 50억달러(약 6조6000억원)에 달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9억달러·약 3조8000억원)보다 70% 이상 늘어난 액수다.
FT는 중국이 수입한 반도체 장비 대부분이 일본이나 네덜란드산이라고 전했다. 특히 세계 최대 노광장비(반도체 원판에 회로를 그리는 장치) 회사인 ASML의 경우 5월과 비교해 6·7월 대중(對中) 수출액이 각각 두 배가량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이 주목되는 건 일본과 네덜란드 모두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규제에 앞서 중국이 반도체 장비 확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지난달 23일부터 극자외선(EUV)·액침 노광장비 제작에 필요한 설비나 식각장치(에칭장치·반도체 원판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장치) 등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고 있고 네덜란드도 다음 달부터 EUV·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수출 규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일본·네덜란드에 규제 동참을 요청해 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미국(26.9%)과 네덜란드(26.3%), 일본(24.3%)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7.5%에 이른다. 반도체 수출 규제에 일본, 네덜란드까지 합류하면 중국은 사실상 반도체 장비 수급선이 막히는 셈이다. 대만 리서치 회사인 이사야리서치의 루시 천 부사장은 “수입 증가는 일본과 네덜란드의 수출 제한에 대한 중국의 대응책 중 하나”라며 “중국은 잠재적인 공급망 차단에 대비해 규제에 앞서 반도체 장비 재고를 늘렸다”고 말했다.
FT는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렇게 수입된 반도체 장비들이 중국 지방정부의 지원으로 최근 설립된 소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로 배치됐다고 전했다. 시장조사회사 카운터포인트의 애시워스 라오 애널리스트는 “전략적 팹(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중국의 집중적인 투자는 반도체 현지 조달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