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반도체 수출통제 리스크' 일단락…한시름 던 삼성·SK

대통령실 "삼성·SK 中공장, VEU로 지정…韓美동맹 효과"
업계 "불확실성 상당 부분 해소…中사업 구상 시간 벌어"
韓 메모리 1·2위…美, 글로벌 공급망 안정 저해 우려한 듯
  • 등록 2023-10-09 오후 4:59:04

    수정 2023-10-09 오후 7:25:07

[이데일리 이준기 박태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방침을 사실상 거둬들였다고 대통령실이 9일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최근 미국 정부는 수출통제 당국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경제안보대화 채널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미국 수출 관리 규정에 따른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VEU는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방식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선 별도로 건별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 만큼 미국의 수출통제 적용이 사실상 무기한 유예되는 의미가 있다.

미 정부의 결정 내용을 전달받은 우리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련 사업을 구상하는 데도 한 시름 덜 수 있게 됐다. 효력은 통보 즉시 발생한다.

최상목 경제수석이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반도체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 수석은 “우리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운영과 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고 장기적으로 차분하게 글로벌 경영 전략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성과는 윤석열 정부 들어 굳건해진 한·미 동맹 기반 위에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대응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각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 안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협의해온 한·미 양국 정부에도 감사드린다”고 했다.

미 정부는 작년 10월 미국 기업이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다. 수출 문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기 위한 조처였다. 이에 중국 현지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물론 대만 TSMC 등은 현지 공장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고 주장했고 이에 미국 정부는 우리 기업과 TSMC 등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통제를 올 9월말까지 1년 유예했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미 정부의 결정은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시장에 많은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자사가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제품의 40%를 만들고 있다. 메모리 2위 업체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 공장과 우시 공장에서 각각 낸드 20%, D램 40%를 제조한다.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유예가 끝나 현지 공장 운영이 어려워지면 메모리가 들어가는 대부분의 전자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미 현지 반도체업계에서도 미국의 지나친 대중국 규제가 공급망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올 7월 성명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미) 정부의 대중국 수출 제한 조치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때로는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공급망을 방해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초래할 뿐 아니라 중국의 보복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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