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불댕기는 문래동 기계금속단지…AI·로봇 중심지 탈바꿈

[르포]이전 추진 재탄생하는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좁은 공장,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전 필요성 커져
영등포구, ‘단지 이전 용역’ 발주…12월 까지 진행
뿌리산업 생태계보호·도심환경개선 ‘두마리 토끼’
  • 등록 2023-09-10 오후 5:41:45

    수정 2023-09-10 오후 5:41:45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골목 구석구석 금속 절단을 취급하는 소규모 정밀공업 공장과 파이프 판매업소, CNC밀링과 선반, 유압 프레스를 만들거나 이를 이용해 금속 제품을 만드는 소형 공장이 즐비한 가운데 MZ세대가 즐겨 찾는 피자집과 펍(PUB),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 풍기는 고깃집과 음식점 등 새로운 형태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기계금속단지가 재탄생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전경. (사진=영등포구)
10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기계금속단지는 4차산업 유치를 통한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탈바꿈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와 영등포구는 문래동 기계금속단지를 더 큰 부지로 ‘통이전’하고 이 일대를 인공지능(AI)과 로봇, 메타버스 등 4차산업 유치 위한 사업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영등포구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 발표에 따른 지상부와 주변부 개발 등 사업 개발계획을 통해 ‘신경제 중심지’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영등포구는 ‘문래동 기계금속 집적지 이전 타당성 검토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오는 12월까지 진행하며 타당성 조사 이후 이전 후보지 환경분석 등 종합적인 검토 후 최적의 장소를 선정할 예정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영등포구 내 82곳이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문래동 기계금속단지는 서울시 중 재개발·재건축 진행상황이 가장 느린 곳에 속한다”며 “산이 없어 건물과 건물 사이의 유기적인 흐름이 이어지는 도시계획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 구청장은 “뿌리산업 명맥을 잇기 위해 이전 후보지 발굴과 이전 비용, 분양대금 저리대출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며 “1200여개의 공장을 유치하고자 하는 도시 간 경쟁입찰을 통해 공장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도울 것이다. 개발에 착수하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인프라가 돌아갈 수 있도록 조합에도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문래동 기계금속단지는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가장 큰 공업단지지만 이전 필요성은 커지는 상황이다. 공장의 90% 이상이 임차공장으로 젠트리피케이션(상업화에 따라 임대료가 올라 세입자 등 원주민이 터전 밖으로 내몰리는 현상)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지속적인 임차비용 상승 등으로 산업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등포구와 서울시는단지 이전를 신속히 진행하고 남은 부지에 대해서는 서울 도심에 걸맞은 주거·업무 환경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문래동 4가(9만 4087㎡)는 재개발 조합설립인가를 마쳤고 문래동 1~3가 역시 재개발을 위한 지구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영등포구는 단기적으로는 초정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4차 산업을 유치해 여의도와 이어지는 신경제 중심지 육성을 구상 중이다.

최 구청장은 “영등포의 새로운 역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가 예상되지만 뿌리산업 생태계 보호와 도심환경 개선, 이전 지역 일자리 창출 등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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