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서 `원전 강국`으로…5년 만에 180도 뒤집힌다

윤석열 당선에 현 정부 에너지정책 급선회
건설 유보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 조기 재개
`검토 단계서 중단` 신규 원전 재검토 가능성도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 마련 과제
  • 등록 2022-03-10 오전 7:07:29

    수정 2022-03-10 오후 8:22:19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탈(脫)원전 정책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정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윤 후보가 일찌감치 `복(復)원전`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던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5년 만에 180도 뒤집히게 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021년 12월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설 유보’ 신한울 3·4호기 조기 재개 확실시

현재 건설이 유보 중인 신한울 3·4호기 건설의 조기 재개는 확실시된다.

윤석열 당선자가 핵심 공약으로 삼아 강한 이행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다 원전 건설의 최대 난제인 부지 선정 과정도 끝나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034020)을 비롯한 원전 건설 사업자는 2015년 사업계획 확정, 2017년 사업 착수 이후 총 사업비 8조2600억원 중 7790억원을 투입했다며 빠른 재개를 촉구해 왔다. 지난해 말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서명자 수도 100만명을 넘기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4기의 원전이 가동중(8기는 정비중)이며 신고리 5·6호기와 신한울 1·2호기 4기가 건설 중이다. 유보 중인 신한울 3·4호기도 조기 완공해 상업운전을 시작한다면 곧 원전 6기가 새로이 가동하게 된다.

기존 원전 수명연장…신규 원전 추진 가능성

기존 원전 수명연장도 추진 가능성도 크다. 현재 국내 24기 원전 중 10기는 2030년 이전 설계수명이 다한다. 원전 설계수명은 통상 30~40년이지만 60년 이상 가동하는 외국 사례 등을 고려했을 때 추가 공사를 통해 그 수명을 20년 이상 연장하더라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게 원전업계의 주장이다.

국내에서도 수명 10년 연장 사례는 있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첫 원전 고리 1호기는 30년 수명을 10년 연장해 2017년 폐쇄했다. 1983년 가동한 두 번째 원전 월성 1호기 역시 그 수명을 10년 연장키로 했었다.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 속 경제성평가 결과 2019년 조기 폐쇄했으나 이 과정에서 조작 논란이 일어 법정 공방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

2022년 3월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 가동 현황. (이미지=한국원자력산업협회)


국내 신규 원전건설 검토 가능성도 있다. 현 정부는 앞서 계획을 수립해 부지 물색 혹은 연구용역 단계에 있던 원전 4기(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를 백지화했다. 원점 재추진해야하는 만큼 지역 주민의 반발을 무릅쓰고 부지를 선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원전 최강국`을 천명한 정부가 들어선 이상 최소한 검토는 이뤄질 전망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이냐 아니냐를 떠나 에너지 정책의 기본 원칙은 에너지를 끊김 없이 안정 공급하고 또 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현 탈원전 정책은 발전원의 선택이란 수단만 생각해 목적을 잃어버린 만큼 에너지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전업계는 반색…관련주 이미 ‘들썩’

원전업계는 반기고 있다. 보성파워텍(006910)우진(105840), 한신기계(011700), 일진파워(094820), 우리기술(032820), 한국전력(015760) 등 관련기업 주가는 지난달 말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속도조절 시사 발언과 윤 당선자의 당선 기대감에 힘입어 이달 들어 상승세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은 지난 7일 양당 후보 모두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에 관심을 보이자 환영의 뜻을 밝혔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대열에도 본격 합류할 전망이다. SMR은 발전량은 적지만 개발비용 및 기간이 짧다. 미국과 영국은 일찌감치 SMR 상용화에 착수했다. 유럽연합(EU)은 탈원전 기조가 강하지만 최근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 안에 원전을 녹색사업으로 분류하며 복원전 여지를 남겼다.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028260)은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에 각각 1억400만달러(약 1300억원)와 5000만달러(약 620억원)를 투자하는 등 이미 기업 차원에선 투자가 활발하다.

방사성폐기물 처리 등 과제도 산적

원전 체제 복귀를 위한 과제도 많다. 가장 어려운 과제가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 및 영구처분시설 마련이다. 안 그래도 방사성폐기물 처리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원전을 무작정 늘릴 순 없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현 고리·한빛·한울 원전 내 저장시설은 2031~2032년께 포화한다.

두산중공업이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은 미국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조감도 (사진=두산중공업)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현재 전국 원전 부지 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하고 있지만 곧 추가 보관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새 정부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탈원전 여론이 다시 커질 수도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 빠르게 성장한 신·재생에너지업계의 경우 원전 체제 복귀 과정에서 자칫 업계가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신·재생에너지업계는 태양광·풍력발전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원전의 방사성폐기물 처리를 포함한 현실적 위험비용을 반영한다면 10년 이내에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원전 발전단가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현재 석탄화력발전처럼 신규 원전 건설도 매몰비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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