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위기에 처할 때마다 뭉쳐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금언(金言)은 이제 옛말이 됐다. 2020년 한 해를 공포에 몰아 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앞에서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생소했던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비대면, 이른바 ‘언택트’ 세상이 됐다. 학교에서는 비대면 수업이 진행됐고, 입사 시험을 집에서 봤으며, 재택근무는 필수가 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발생하기 전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긴 어렵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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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교육 현장의 모습을 180도 바꿨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원격 수업’이 이뤄졌다. 3월 2일 신학기 개학은 총 네 차례 연기된 끝에 4월 9일이 돼서야 ‘온라인 개학’을 먼저 했다. 5월 20일에는 수능을 앞둔 고3을 시작으로 실제 등교도 시작됐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점점 증가하자 등교 수업과 원격 수업이 병행됐다.
대학에서도 일부 실기수업을 제외한 이론 수업 등은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교육부가 지난 7일 공개한 ‘각 대학별 비대면 수업 현황’에 따르면 조사 대상 324개 대학 중 21.6%인 70개교가 전면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 나머지 대학은 대면·비대면을 적절히 혼합했고, 전체 수업을 대면으로 진행하는 대학교는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 입사 시험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삼성전자(005930)는 필기전형인 GSAT를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치렀다. LG전자(066570)와 카카오(035720) 등 일부 기업은 화상 면접을 도입했다. ‘언택트 채용’ 과정에서 우려했던 부정행위 등 문제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올 하반기에 GSAT 시험을 봤다던 김모(27)씨는 “시험 내내 얼굴과 손이 감독관에게 보이도록 카메라 세팅을 해놔야 돼서 집에서 시험을 봐도 부정행위를 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 9일 기업 인사담당자 2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언택트 채용 전형’을 실시한 기업의 비율은 44.9%에 달했다. 긍정적인 효과도 확인됐다. 해당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사담당자 중 22.2%는 ‘언택트 채용’을 함으로써 채용 전형이 간소화됐고, 신속해졌다고 평가했다. 17.9%는 면접 전형 과정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재택근무를 권고, 각 직장 내 밀집도를 줄였다. 정부는 민간 기업에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제 등을 적극 활용하도록 권고했다.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은 필수 운영인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지난 17일 국내 기업 24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택근무 도입 및 확대한 기업은 76.5%에 달했다.
그간 재택근무를 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어 각 기업이 섣불리 도입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코로나19가 시간을 앞당긴 셈이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쟁점과 평가’ 자료를 통해 단순히 부정적인 요인만 있는 것이 아닌, 통근시간 절약, 직무 만족도 등 순기능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며 재택근무에 대한 비판 일변도 시각을 불식시켰다.
전문가는 오는 2021년 더 나아가 코로나19가 종식돼도 한동안 코로나19 전 일상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택트 일상의 장·단점을 느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한 강요된 언택트 행위가 끝나도 코로나19 전 일상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기존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과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한동안 혼재할 것”이라며 “둘 간 충돌 속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문화 형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