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동맹 맺은 한미, 세계 시장 싹쓸이 기대"[한미정상회담 전문가평가]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장 인터뷰
"러시아 퇴출로 한미 원전동맹 경쟁국 佛뿐"
"원전동맹으로 원전 원천기술 지재권 해결"
"급성장하는 원전시장서 경쟁 우위 점할 것"
"수 년 간 멈췄던 한미 공동연구도 본격화"
  • 등록 2022-05-21 오후 6:10:47

    수정 2022-05-21 오후 6:10:47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퇴출된 만큼 우리의 원자력발전 경쟁국은 프랑스 정도만 남았습니다. 한국과 미국 양 국이 `원전 동맹`을 통해 세계 원전 건설시장을 싹쓸이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정동욱 원자력학회장 겸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사진=한국원자력학회)


한국원자력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21일 이데일리와의 유선 인터뷰에서 “원전 경쟁국 중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퇴출됐고 중국은 신뢰성 문제로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결국 한미 원전동맹의 경쟁국은 프랑스 뿐”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 소형모듈원전(SMR) 공동 개발, 한·미 원자력고위급위원회(HLBC) 재가동 등 ‘원전 동맹’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발표했던 △원전 수출 공급망 공조 △수입국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협정 추가 의정서 수용 요구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 개최 등 원전 수출 협력 방안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2030년까지 10기 이상의 해외 원전 수주를 목표로 내건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외교력을 이용해 원전 세일즈를 펼칠 수 있게 됐다. 또 수출 걸림돌이던 원전의 원천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정 교수는 “원전 세일즈의 성공 여부는 기술력 못지 않게 외교력이 중요하다”면서 “동유럽 등 미국과 우방 관계를 더욱 돈독히 가져가길 원하는 국가들에서 원전을 수주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전산업 인프라가 무너진 미국은 한국과의 원전 동맹으로 부활을 노린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과 최고의 기술력을 과시했던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하면서 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이후 세계 원전건설시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장악해왔다. 미국은 이번 원전 동맹을 통해 중국·러시아 중심의 원전 건설시장을 재편하고, 주도권을 되찾아 오려는 복안이다.

정 교수는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손을 잡게 됐다”면서 “에너지안보, 탄소중립 등의 이슈로 앞으로 원전건설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봤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원전은 101기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25%에 달한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발간한 ‘미국 원자력 경쟁력 회복 전략’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세계 원전건설시장을 5000억~7400억 달러로 추산했다

정 교수는 한·미 원자력 고위급 위원회의 재가동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탈(脫)원전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에서 미국과의 원전 관련 대화 채널이 모두 끊어지면서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파이로 프로세싱) 등 수 년 간 진행됐던 한미 공동연구가 모두 멈춰 버렸다”면서 “한미 원자력고위급위원회의 재가동으로 4세대 원자로인 다목적 시험로(VTR) 등 첨단 원자력 핵심 기술에 대한 공동 연구개발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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