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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주최한 제11회 서울국제경쟁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경쟁법 대가` 프레데릭 제니(80·사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의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각기 다른 강도의 온라인플랫폼 규제법안을 내놓는 상황에서 어떤 수준이 적절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최소규제에 힘 실은 제니 의장…“플랫폼법 계속 진화해야”
온라인플랫폼 규제 강도에 대한 고민은 국내에서도 시작됐다. 여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후보 측이 플랫폼이 이해상충 사업 시 강제로 기업분할을 명령할 수 있다는 고강도 규제를 담은 온라인플랫폼 법안을 준비 중인 것이 알려지면서다. 해당 법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최소규제 원칙’을 바탕으로 정부 입법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전혜숙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 등 기존 법안보다 훨씬 강력하다.
제니 의장은 “온라인플랫폼-입점업체-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규제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 누구도 얼마나 법안의 강도를 높여야 하는지 혹은 국경을 초월해야 하는지 모른다”면서도 너무 엄격한 플랫폼 규제에는 에둘러 반대했다. 그는 “(엄격하고 포괄적인)유럽의 DMA(디지털시장법안)보다는 영국 법안이 규제범위를 더 좁게 설정해 조정이 잘된 법안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의 최소규제를 원칙으로 한 규제법안 역시 디지털처럼 복잡한 분야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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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제니 의장은 커넥티드카(정보통신 기술과 자동차를 연결해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차)의 경우 수집 데이터가 제조업체로 모이는데, 제조업체는 향후 우월한 데이터 지위로 보험업체 혹은 자동차 서비스 업체 등의 정보 접근을 제한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며 경쟁을 막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현 DMA 규제에서는 이들 제조업체를 게이트키퍼로 포괄할 수 없어 추후 다시 논의해야 할 것으로 봤다.
한국은 현재 온라인플랫폼 규제권한을 두고 공정위와 방통위(과기부)가 다투고 있다는 질문을 던지니 제니 의장이 “EU도 DMA에서 같은 이슈가 있다. 경쟁당국이 규제를 할 것이냐 기술당국이 할 것이냐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며 명료한 답을 주지 않았다. 다만 모든 규제당국이 모여서 논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공정위는 정치권 및 재계로부터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아시아나 2건의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제니 의장은 “심사로 인해 결합절차가 지연되는 것이 큰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심사과정에서 기업이 시간을 벌며 질서 있는 해법(솔루션)을 찾을 수도 있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의 주요 경쟁당국의 심사지연 현상이 심각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만 제니 의장은 경쟁당국간 협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경쟁당국이 처음부터 함께 논의하는 완전한 협력 모델도 있겠으나 이는 각국 경쟁당국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며 “OECD에서도 미래 국가 간 협력을 심화하면서도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모델이 있는 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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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제니 의장은 이날 행사에서 외국인 최초로 한국 정부가 공정거래유공자에게 수여하는 수교훈장 흥인장을 받았다. 그는 “굉장한 영광이고 겸허함도 느낀다. 국제협력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주신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국제 협력을 통해 한국, 유럽, 미국, 일본 모두 서로 배우며 함께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