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 배익기 "주운 돈도 5분의 1은 줘"

  • 등록 2019-07-16 오전 8:34:34

    수정 2019-07-16 오전 8:34:3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지난 2008년 처음 공개된 뒤 소유권 논란이 이어진 훈민정음 해례분 상주본이 대법원 판결로 국가 소유라고 확정됐지만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 씨는 넘겨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만든 원리와 사용법을 설명한 것으로, 국보 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과 같은 책이다.

11년 전 존재가 드러났으나 지금까지 실물이 확인된 적은 없다. 배 씨가 문화재청의 회수 시도를 소송으로 막는 등 상주본을 숨겨왔기 때문이다.

그는 상주본을 훔쳤다는 형사 소송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대법원은 절도 혐의가 무죄라고 하더라도 소유권이 배 씨에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고등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배익기 씨가 지난 2017년 공개한 상주본 일부 모습(사진=배익기 씨 제공).
2008년 골동품 거래상인 조 모 씨는 배 씨가 상주본을 훔쳤다며 소유권 이전 민사소송을 제기해 인정받았고, 상주본을 문화재청에 기증했다. 그러나 형사 소송의 판단과 엇갈리면서 상주본의 주인이 가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이번 대법원 판결로 문화재청의 소유권이 확인됐다.

상주본이 국가 소유로 종지부를 찍었으나 배 씨는 그 가치가 1조 원에 이르는 만큼 최소 1000억 원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씨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주운 돈도 5분의 1은 주니까 나한테 10분의 1은 내놔라 그거다. 멀쩡한 내 것을 소유권을 뺏긴 것만 해도 억울한데… 민간에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 자기들이 돈을 대보겠다는 곳이 있다”라고 말했다.

배 씨는 상주본 일부를 공개했을 뿐 소장처를 밝히지 않고 있어 10년 넘게 행방이 묘연하다. 이 때문에 상주본의 훼손 및 분실 우려도 크다.

특히 상주본은 2015년 3월 배씨의 집에서 불이 났을 당시 일부 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배 씨는 집안에서 상주본을 꺼내 자신만 아는 곳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은 계속해서 배 씨를 설득하고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회수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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