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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이성기 기자] 이혼 방식은 부부가 상의해 간단한 절차 등을 거쳐 법적 관계를 정리하는 협의 이혼과 민법 제840조가 정한 이유를 근거로 한 재판 이혼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지난해 기준 10명 중 8명(8만5600건·78.8%) 정도가 소모적 논쟁이 적은 협의 이혼을 선택하지만 나머지(2만3000건, 21.2%)는 법정에 나가 서로 얼굴을 붉히며 마지막까지 다툰다.
이혼 청구 사유는 법리적으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로 갈린다. 바람을 핀 배우자처럼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유책주의인데 대법원이 1965년 이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선량한 배우자(미성년 자녀)가 잘못이 있는 배우자에게 버림받아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일종의 보호장치다. 반면 결혼생활을 누가 깨뜨렸는지와 상관없이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없으면 이혼을 허용하는 제도다. 실제로는 따로 살고 서류상으로만 유지되는 무의미한 혼인관계를 청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축출 이혼 정서적·실질적 문제
유책주의를 지지하는 이들은 파탄주의 허용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무책 배우자나 일반 국민의 정서가 축출이혼(경제권을 가진 사람이 상대를 쫓아내듯 하는 이혼)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크다는 점을 내세운다. 변화순 팸라이프가족연구소 소장은 “(무책 배우자는)죄가 없는데 왜 이혼까지 당하느냐, 누구 좋으라고 이혼을 하느냐는 정서적 저항이 크다”며 “감정적 문제가 파탄주의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을 기여 비율대로 청산하는 재산분할 사정도 마찬가지다.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을 최대 50% 인정하고 있지만 실제 소송에서 50%를 다 인정받는 경우는 드물다. 양 변호사는 “국내에선 위자료가 현실적인 금액이 아니고 재산분할에서 배우자들이 향후에 발생할 장래 수입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며 “이혼에 책임이 없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가 있을 경우 그들의 생존권은 어떻게 보호해야 할 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뀌는 이혼 양상…시대 변화 반영해야
파탄주의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수진 변호사는 “부부재산 중 공동으로 형성하지 않은 특유재산이 예외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려면 예전에는 결혼 기간이 3~5년은 돼야 가능했지만 이제는 1년 6개월로 단축되고 있다”며 “재산분할에서 부양적 요소를 고려하는 하급심 판결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부가 함께 형성한 공유재산이 아닌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는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특유재산 증식 등에 기여한 경우는 재산분할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에서 `참고 살라`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책주의에 따라 국가가 서류상 부부로 봉합시켜도 깨진 가정이 회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은 여전히 유책주의에 발목이 잡혀 있지만 법조계에선 파탄주의 허용을 시간상의 문제로 보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30년간(1982~2012년) 대법원 유책 배우자 이혼 청구 사건은 모두 171건이었다. 이 가운데 이혼을 해도 좋다는 판단을 받은 것은 44건이다. 부부가 서로 소송을 내거나 배우자 일방이 보복성으로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서로 잘못이 확실한 경우 등이었다. 그 외 사건에서 대법원은 모두 `참고 살라`는 결정을 내렸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방향성이나 시대 변화에 따라 파탄주의로 가는 것은 돌이킬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라며 “여성이 이혼했을 경우 충분히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