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은평구에서는 설 연휴 마지막 날 13살 딸이 “아버지가 때린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딸은 아버지의 폭력을 더는 견딜 수 없다며 울면서 직접 112를 누른 것.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가정 내에서 떨고 있던 아이를 청소년 쉼터로 분리 조치했다. 경찰은 잠을 자지 않고 컴퓨터를 한다는 이유로 50대 아버지가 주먹과 발로 10여 차례 때렸다는 아이의 진술을 확보했다.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명절 연휴가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공포의 시간으로 남게 된 것이다.
설 연휴 아동학대 급증세…경찰 “경미사안도 집중점검”
설 등 명절연휴에는 아동학대 등 가정폭력 사건들이 집중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설 연휴 나흘간 총 187건의 아동학대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이는 하루 평균 47건꼴로, 전년(94건) 대비 95.8% 늘어난 수치다. 이는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이후 최근 높아진 사회적 관심과 민감도가 아동학대 신고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경찰청은 설 연휴기간 안정된 치안확보를 위해 24일부터 2월 2일까지 10일간 전국 시·도자치경찰위원회와 함께 ‘설 명절 종합치안활동’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가정폭력 재발우려가정, 수사 중인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서는 전수 모니터링을 통해 재발 위험성을 점검하고, 경미사안이라도 재범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호·지원 필요성을 위한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스토킹 범죄 대응 단계는 △제지와 경고를 하는 ‘응급조치’ △가해자를 주거지 100m 내 접근 금지하고 전기 통신을 이용한 접근을 막는 ‘긴급 응급조치’ △접근 금지 등과 더불어 가해자를 유치장이나 구치소로 보낼 수 있는 ‘잠정조치’로 구분된다. 이를 어기고 지속적인 스토킹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 지난해 10월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흉기 등을 휴대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다. 경찰은 스토킹이 강력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은 반복신고 사건에 대해서는 팀장 중심으로 수사체계를 정립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경찰은 연휴 기간 침입 강·절도나 고질적인 생활주변 폭력 등 서민생활 침해범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 평온한 명절 분위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1인가구 밀집지역·전통시장 등 지역별 취약장소에 대해서는 순찰을 집중 강화한다. 이와 함께 고속도로 및 연계 국도 등에서 귀성·귀경길 소통도 확보할 방침이다. 특히 암행순찰차, 헬기, 드론 등을 활용해 과속·난폭안전 등 사고유발 법규위반 행위를 집중단속해 운전자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휴기간 대인 접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흥주점·단란주점 등 유흥시설에 대해서는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여부를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설 연휴에는 통상 절도나 교통사고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면서 가족학대, 스토킹 등 생활주변폭력이 빈번해지는 양상”이라면서 “경찰의 설 연휴 치안 선제활동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