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마니아’를 넘어 ‘덕후’가 환영받는 시대다. 일본어 ‘오타쿠’에서 유래된 ‘덕후’는 특정 분야에 집착적으로 몰두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사진 찍기’나 ‘우표 모으기’ 등 전통적인 취미부터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분야까지 다양하다. 이들 중 일부는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이런 가운데 2015년 문을 연 스타트업 ‘탈잉’이 주목받고 있다. 유명인이나 전문 강사가 아니어도 자신의 취미나 재능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들자는 취지다. 탈잉은 ‘남는(잉여) 시간을 탈출하자‘란 의미를 담고 있다. 처음 사업 타깃은 대학생이었다. 김윤환 탈잉 대표(사진·28)는 수업과 수업 사이 공강 시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대학생 사이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 김윤환 탈잉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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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잉은 우리 사회 ‘잉여’ 취급을 받았던 ‘덕후’들을 위한 플랫폼이다. 예컨대 ‘삼국지’ 덕후중에서도 ‘상급’ 덕후가 있다면 이들이 입문자나 ‘하급’ 덕후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지식을 전파할 수 있다. 심지어 가정 주부의 정리 노하우도 자취생들한테는 유용한 지식일 수 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외국어 등 특화된 분야가 보편적일 것으로 봤다”면서도 “하지만 주식 투자나 켈리그라피 등에 대한 인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켈리그라피는 이른바 글씨 예술이다. 1~2년 전만 해도 배울 곳이 많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발성법이나 손글씨, 심지어 발차기 수업까지 있다”고 전했다.
서비스 이용방법은 이용자와 튜터로 나눠볼 수 있다. 이용자는 탈잉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흥미있어할 만한 강의를 찾아볼 수 있다. 강의 페이지를 열어보면 간단한 소개와 영상이 있다. 마음에 들면 수업신청을 한다. 수업은 오프라인에서 진행된다. 결제후 수업 시간과 장소는 튜터와 이용자가 정한다.
강의료는 몇 천원에서 몇 만원으로 다양하다. 탈잉은 이중 수수료를 사업 수익으로 삼는다. 김 대표는 “재능있는 튜터중 일부를 스타로 만드는 게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동영상 강의 플팻폼 구축도 염두하고 있다.
| 탈잉 웹페이지중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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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잉의 사업 아이디어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예스! 서울 창업경진대회’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 대회에서 탈잉은 최우수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팀원 2명이 실리콘밸리로 창업 연수까지 갔다.
탈잉 가입자는 현재까지 1만명 가량이다. 사업 시작 1년 반만의 성과다. 활동중인 튜터 수는 약 700여명이다. 김 대표는 “등록된 튜터중 일부를 스타로 만드는 게 전략”이라며 “이들을 통한 바이럴(입소문)로 마케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김 대표는 “재능 공유 시장은 숙박공유 시장만큼이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의 대표적인 공유 경제 업체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