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료시스템 붕괴 우려…"갈 곳 잃은 코로나19 환자들"

日병원들, 코로나19 의심환자 수용 거부 잇따라
"의심 환자 실은 구급차…병원 80곳서 거부당해"
상급 병원 응급실 몰려 병상·인력 부족 시달려
의료장비도 태부족…의료진 감염 사례 줄이어
  • 등록 2020-04-18 오후 3:39:26

    수정 2020-04-18 오후 3:39:26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붕괴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도쿄올림픽 개최에 혈안이 돼 초기 대응을 안일하게 한 것이 위기를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AP통신 18일(현지시간) “일본 내 병원들이 구급차에 실려온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을 거부하고 있다”며 “최근엔 발열 및 호흡곤란 증세를 겪는 환자를 이송했던 도쿄의 한 구급차가 병원 80곳으로부터 거부당한 사례도 있다”고 보도했다.

중환자를 치료하느라 여력이 없어 응급 환자를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무증상 환자 등에 따른 원내 감염을 우려해 의심환자를 받아들이지 않는 병원들이 늘어난 결과라고 일본 현지언론 및 외신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상급 병원 응급센터로 의심환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들 병원마저 환자들로 꽉 차 더 이상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일본구급의학회와 일본임상구급의학회는 공동 성명을 내고 “병원들이 환자를 받기를 거부하면서 수용할 수 있는 환자 수가 한정된 응급센터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미 일본의 의료시스템은 붕괴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많은 병원 응급실에서 뇌졸중, 심장마비, 외상 등의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일본 의사들은 코로나19 진단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병원에 입원시킬 경우 의도치 않게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추적이 불가능한 감염 사례가 많아 향후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세는 미국 뉴욕이나 이탈리아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 큰 문제는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병상은 물론 의료용 마스크, 보호복 등 치료 장비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는 사회적 거리두기, 예방수칙 준수 등 강력한 방역을 취하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인공호흡기 등 집중치료 장비 부족으로 최대 40만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병원에선 의료용 마스크를 재활용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 때문에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조치를 당하고 대응인력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오사카대학의 응급실 의사 다케시 시마즈는 AP통신에 “우리는 더이상 정상적인 응급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NN 등은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올해 개최를 성사시키려고 코로나19 확진 여부 검사를 미룬 것이 최근 확산세 급증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위험성을 알면서도 묵인해 초기 골든방역타임을 놓쳤고, 뒤늦게 국민들에게 위기 극복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런던 킹스칼리지 건강연구소 켄지 시부야 소장은 CNN에 “일본에서는 여전히 코로나19 진단 테스트가 부족해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며 “의료진은 무증상 환자 등에 대해선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는 만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는 18일 기준 각각 9787명, 190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요코하마항에 묶였던 크루즈 다이아몬트 프린세스호(확진 712명·사망 13명)까지 더하면 확진자는 총 1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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