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위기 진원지' 헝다, 美 법원에 파산 신청(종합)

25조원 규모 역외부채 조정 위해 파산 신청한 듯
비구이위안·중즈그룹 등 부동산 위기 계속돼
  • 등록 2023-08-18 오전 9:17:11

    수정 2023-08-18 오후 1:56:37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중국의 부동산 시장 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위기의 진원지인 헝다(에버그란데)가 끝내 미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중국 헝다그룹이 건설한 주택 단지. (사진=AFP)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헝다는 이날 미국 파산보호법 15조에 따라 미 뉴욕 남부 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미국 파산보호법 15조는 외국 기업의 국제 도산에 관한 조항이다. WSJ은 190억달러(약 25조원)에 이르는 역외 부채를 우선 조정하기 위해 헝다가 미국에 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해석했다. 헝다의 계열사인 텐허홀딩스도 헝다와 함께 파산을 신청했다.

헝다는 한때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회사였다. 중국 전역에서 700건에 이르는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2021년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그에 따른 미분양 등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헝다의 부채는 지난달 말 기준 3300억달러(약 442조원)에 이른다. 2021~2022년 입은 손실도 5820억위안(약 106조원)에 달한다.

헝다의 파산 신청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 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 최대 부동산 회사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은 지난 6일 만기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 채권 이자 2250만달러(약 300억원)를 내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비구이위안은 3000건에 이르는 부동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디폴트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경제에 헝다와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자산 규모가 1조위안(약 183조원)에 이르는 자산운용사인 중즈그룹 또한 부동산발(發) 유동성 위기로 자산 구조조정을 계획하는 등 위기가 금융시장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는 금리 우대 등을 위한 무주택자 기준을 완화하는 등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아직 냉소적이다. 지난달 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달보다 평균 0.2% 하락, 올 들어 처음으로 내림세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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