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는 어디에서 7나노미터의 칩을 확보했을까.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중신궈지(SMIC)으로부터 제공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2020년 후반부터 중국에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중국 반도체 기술이 후퇴하고 있다고 봤는데 이번에 SMIC가 7나노미터 칩을 화웨이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SMIC, 네덜란드 DUV 활용해 낮은 수율 견디고 양산 성공했나
미국의 제재로 SMIC는 7나노미터 칩 생산에 필요한 기계장비 확보가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최근까지 SMIC가 제조한 것 중에 가장 진보된 칩은 14나노미터 칩이었다.
미국 상무부는 SMIC가 무역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SMIC는 공정 전반에 미국 설비가 사용되는 만큼 미 정부 승인 없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는데 이를 어기고 SMIC가 화웨이에 7나노미터 칩을 공급했다는 게 미국 정부의 조사 쟁점이다.
7나노미터 칩은 극자외선 리소그래피(EUV)라는 값비싼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예컨대 마이크론은 이 기술을 일본에 투입하기 위해 5000억엔, 약 36억달러를 투자했을 정도다. 마이크론은 히로시마 공장에 1감마 칩으로 차세대 디램 메모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7나노 이하의 공정 양산은 TSMC와 삼성전자만이 유일하다. 메이트60 프로에는 SMIC의 7나노 공정에서 생산한 ‘기린9000S’칩이 적용됐다. 기린 9000S는 SMIC의 7나노 2세대 공정으로 만들어졌는데 1세대 대비 셀 면적을 10% 가량 줄여 경쟁사와 비슷한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네덜란드 정부가 ASML에 7나노 공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NXT1980 DUV 수출을 올해 말까지 허가한 상황이라 SMIC가 부진한 수율 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7나노 파운드리가 가능하다는 것은 추측하고 있던 사실”이라고 밝혔다. 액침불황아르곤(ArFi) 기반 심자외선(DUV) 장비를 여러 번 패터닝하는 멀티패터닝을 통해 칩을 생산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EDA·AI칩 부문에서도 기술 진보
또한 화웨이는 엔비디아의 A100에 상응하는 성능의 AI칩도 발표했다. 양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화웨이 신제품은 1인당 1대의 판매 제한이 생길 정도로 중국 내에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향후 1년간 누적 출하량이 약 1200만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화웨이 신제품에 이미 3년 전 거래가 중단된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기업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블룸버그가 반도체 컨설팅 업체 테크인사이트에 의뢰해 메이트60 프로 제품을 분해한 결과 SK하이닉스의 모바일 D램인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5와 낸드플래시가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 측은 “미국 화웨이 제재 이후 화웨이와 거래한 사실이 없다”며 “미국 수출 규제를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대응했다. 거래 단절 직전까지 확보된 재고를 사용했을 가능성, 제3자 거래로 확보됐을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