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보다 물가 더 올라”…직장인 10명 중 9명 “새해 연봉 실질적 삭감”(종합)

직장갑질 119, 직장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92.3% ‘물가 인상으로 사실상 임금 줄어’ 우려
작년 물가상승률 5% 넘어…직장인 90% “임금 더 올라야”
尹 노동정책에 ‘잘못됐다’ 비판도 높아
  • 등록 2023-01-08 오후 2:25:31

    수정 2023-01-08 오후 2:25:31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전기·가스에 지하철 요금까지 안 오르는 게 없는데… 올해도 연봉만 제자리네요.”

2년차 직장인 박모(30)씨는 올해 연봉이 작년보다 4%가량 오를 예정이라고 지난해 말 회사에서 통보 받았다. 박씨는 “올해 여름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돈 들어갈 곳도 많다”며 “7~10%는 올라야 본전일 것 같은데 주변을 보면 ‘3%도 감지덕지’라는 반응도 있어 올해 참 어렵겠다 싶다”고 한숨 지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기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연봉인상률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직장인들의 한탄이 많다. 실제로 박씨와 같은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올해 연봉에 불만족하며, 물가를 고려해 실질적인 인상이 필요하다고 본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8일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새해를 맞아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새해 소망, 정부 노동 정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92.3%가 “물가 인상으로 인해 사실상 임금이 감소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에 걸쳐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물가 인상으로 인해 사실상 임금이 줄어들었다’에 ‘매우 동의한다’는 답변을 한 비율은 54.6%, ‘동의하는 편’이라는 답변율은 37.7%로 10명 중 9명의 직장인들은 올해 연봉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23년 새해 소망’을 묻자 78%의 직장인은 ‘임금(연봉) 인상’이라고 답변하며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크게 오른 물가를 고려하면 임금 인상은 절실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7.5%) 이후 24년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지하철·버스에 택시요금 등도 일제히 오르며 부담이 되고 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상황이지만 올해 주머니 사정만 생각하면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직장인 A씨는 “연봉계약서상의 날짜는 1월이고, 실제 서명은 올 3월은 되어서야 하는데, 임의로 가장 낮은 상승률을 적용 후 실질적인 협상 없이 그냥 서명을 하게 하는 구조라서 결국은 회사 마음”이라고 임금계약 구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직장인들은 고물가 속 임금에 대한 우려뿐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에 관해서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5%에 그쳐 시간당 9620원으로 책정됐고, 정부는 ‘주52시간제 유연화’를 통해 최대 노동시간을 주당 90시간까지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양대 노총에선 ‘과로사 촉진법’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직장갑질 119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직장인 78%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에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를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평균은 42점, 학점으로 따지면 ‘F’에 해당하는 등급을 부여했다. 특히 비정규직과 여성(85%),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80%)등 일터 내 취약한 환경의 노동자들은 더욱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가 실질적인 임금 인상과 노동 시간 단축 등 전향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경 직장갑질 119 노무사는 “10명 중 8명의 직장인들이 정부의 노동정책이 잘못됐다고 평가하고 있는 셈”이라며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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