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rd SRE][감수평]"고단한 작업의 서막"

  • 등록 2016-05-16 오전 7:42:08

    수정 2016-05-16 오전 7:42:08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2016년 상반기 제23회 신용평가전문가 설문(SRE)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가 회사채시장의 코앞까지 다가왔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간 국내의 기업구조조정은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져 왔는데, 이제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는 한계상황에 도달하였고 본격적인 시장의 지각변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실 오래전부터 회사채시장은 해운업과 조선업에 대해 광범위한 구조조정을 예견해왔다. 고착화된 고비용구조가 기업의 실적개선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었으며, 늘어가는 손실규모가 기업을 더욱 궁지로 몰아가는 악순환을 시장은 생생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있어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과정이다. 그런데 기업구조조정은 대규모 자금의 투입과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해당 기업들의 규모가 커서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때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진행이 임박해 옴에 따라 앞으로 시장이 감당해야 할 고통의 무게도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힘들겠지만 이 또한 시장이 감당해야 할 몫이며, 이전에도 그러했듯이 이번의 큰 어려움도 우리는 잘 극복해 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과 관련해 한 가지 주목할만한 부분은 정책자금에 의한 회사채 매입 확대가 회사채시장의 발전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시장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에 정부는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회사채신속인수제도를 실시했고 산업은행과 회사채 안정화펀드 등을 활용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회사채를 매입해 줬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적 지원은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처럼 보였지만, 위험에 대한 시장의 가격기능을 왜곡시킴으로써 전체 채권시장의 가격발견 효율성을 저하시켰다. 또한 기업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자생력이 없는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정부의 기업정책이 항상 경제적 논리로만 결정될 수는 없음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이제는 회사채시장에서 정책자금이 가지는 역할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은 당분간 경제계와 금융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증가하는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로 회사채시장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다가올 시련의 기간이 오랫동안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던 우리의 신용평가사들에게는 오히려 인식의 반전을 도모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며, 어둠을 밝혀주는 혜안에 시장은 더욱 큰 가치를 부여할 것이다. 치밀한 자료분석과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준비해 시장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신용평가사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그러한 모습들이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고단함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증명해내는 그래서 시장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평가사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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