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너지 시대…'물류 거점' 변신하는 주유소

친환경 차량 증가에 '주유소 경영난'은 심화
정유업계, 주요 거점에 있는 주유소 활용 나서
소형 물류센터·드론 배송 등 아이디어 등장
  • 등록 2021-09-12 오후 1:58:01

    수정 2021-09-12 오후 9:39:36

지난해 제주 무수천주유소에서 열린 드론 배송 시연 행사에서 드론이 이륙하고 있다. (사진=GS칼텍스)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영 위기에 놓인 주유소 업계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주요 거점에 부지를 보유한 주유소 특성을 살려 택배나 보관함 등의 물류 기지로 이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는 지난달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과 손을 잡고 도심 주유소 공간에 신속 배송이 가능한 도심형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구축하기로 했다.

기존 도시 외곽에 있던 대형 물류센터와 달리 MFC는 도심 한복판에 설치한 중소형 물류센터를 말한다. 양사는 도심 내 주요 거점에 부지를 보유한 주유소에 MFC를 설치하고, 여기에 소비자 수요에 맞는 쇼핑몰 상품을 미리 입고해 소비자에게 상품을 더 빠른 속도로 배송할 방침이다.

앞서 다른 정유기업들도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GS칼텍스는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1’에서 주유소 부지를 물류 허브로 두고 드론을 이용해 상품을 배달하는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쿠팡과 함께 유휴 주유소 공간을 로켓배송 마이크로 물류센터로 활용 중이다.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왼쪽)와 오종훈 SK에너지 P&M CIC대표가 지난달 열린 ‘도심 물류서비스 개발 및 친환경 차량 전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에너지)
업계가 주유소 부지를 물류 거점으로 바꾸는 데 잇따라 나서는 건 주유소 경영난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주유소는 알뜰주유소 등을 포함해 1만 1402곳으로, 한 해에만 96곳의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2019년에 폐업한 주유소가 49곳인 점을 고려하면 폐업한 주유소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실제로 주유소 업계는 휘발유·경유 소비량이 줄어들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속도가 붙으면서 업계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차량 보급 대수는 2019년 58만 3000대에서 지난해 79만 6000대로 한 해 만에 36% 급증했다.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이 증가할수록 휘발유·경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는 경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40년까지 수송에너지 전환으로 주유소 1개소당 평균 30% 영업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수준의 평균 영업실적을 유지하려면 2040년엔 주유소 2980곳만 존립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유소는 내연기관 주유에 의존해 적극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친환경 시대에는 더 설 자리가 없을 것이란 위기의식이 있다”며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 이외에도 다른 쓰임새를 찾기 위한 업계의 다양한 시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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