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반도체 부족문제가 이어지면서 반도체를 장착하는 반도체 기판 역시 품귀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 기판 업체에 선구매 예약을 하고 웃돈을 주며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고 있다는데요. 오늘 ‘배진솔의 전자사전’에서는 반도체 핵심 부품인 반도체 기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삼성전기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고속 반도체용 기판 (사진=삼성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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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판 ‘반도체 기판’…반도체 필수 부품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주요 반도체 업체인 인텔과 AMD 등은 반도체 기판 업체에 선구매 예약을 하고 공장 증설에까지 투자하고 나섰습니다. WSJ은 “세계적인 반도체 칩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반도체 업체에 기판을 공급하는 소규모 부품업체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7월 실적 발표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반도체 기판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기판은 반도체가 메인보드와 전기 신호를 수월하게 교환할 수 있도록 아래에 덧대는 부품입니다. 핸드폰이나 PC를 뜯어보면 학교 칠판 색처럼 녹색으로 된 판이 반도체 기판입니다. 반도체 하나로는 전기적 연결을 할 수 없어 회로가 그려진 반도체 기판을 활용해 PC나 정보기기(IT) 부품과 연결해 반도체 신호를 연결하게 합니다. 또 반도체를 열이나 충격에서도 보호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반도체를 감싼다는 의미로 패키징 인쇄회로기판(PCB)이라고 부릅니다.
그럼 반도체 칩과 기판은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까요.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요. 칩과 기판을 선으로 연결하는 와이어 본딩 방식과 볼 형태의 범프로 연결하는 플립 칩(FC) 방식입니다. 와이어 본딩이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긴 하지만 고부가 제품들에서는 플립 칩 방식을 많이 쓰고 있는 추세입니다. 플립칩 방식으로 사용하면 범프로 바로 연결하다 보니 신호 경로가 짧아 전기 신호 손실이 적고 더 빨리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더 작은 폼 팩터를 구현할 수도 있습니다.
| FC-CSP와 FC-BGA (사진=삼성전기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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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립칩 활용한 기판 시장 확대…삼성전기·대덕전자·LG이노텍
최근에는 플립칩 방식 중에서도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와 플립칩-칩스케일링패키징(FC-CSP)의 하이브리드 형태인 신형 프로세서용 기판 시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FC-BGA는 중간 연결 구조 없이 칩 아랫면에 전기가 통하는 공 모양의 범프를 형성해 반도체를 패키지 기판에 그대로 붙이기 때문에 패키지 소형화에 용이합니다. FC-BGA는 칩보다 기판 사이즈가 훨씬 커 주로 PC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칩 패키지와 서버, 네트워크에 사용합니다. 반대로 FC-CSP는 반도체 칩과 기판 사이즈가 비슷해 주로 스마트폰 AP용 패키지에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전기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고성능 칩 수요가 폭증했습니다. 앞에 인텔, AMD,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는 분야도 FC-BGA 기판 분야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급 부족 사태는 반도체 부족문제와 마찬가지로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가 유일한 FC-BGA 기판 공급 업체였는데 최근 대덕전자도 1600억원을 투자하며 생산라인을 갖춰 가고 있습니다. FC-CSP 기판을 주로 생산하는 LG이노텍도 관련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