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비온, c-MET 변이 폐암신약으로 노바티스·머크 제칠까

c-MET 돌연변이 잡을 신약 향한 글로벌 수요 여전
ABN401 임상 2상 중간 결과 “경쟁약 대비 유효성·안전성 우수”
안전성 기반으로 가속승인 준비·병용임상으로 기술수출 가능성↑
  • 등록 2023-12-14 오전 8:37:50

    수정 2023-12-14 오전 8:37:50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에이비온(203400)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와 머크를 제칠 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c-MET)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신약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c-MET 돌연변이는 상피세포수용체(EGFR) 폐암 표준 치료제인 ‘타그리소’ 등의 내성으로 인해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타그리소 내성으로 인한 c-MET 변이 환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치료할 마땅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c-MET 저해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다.

1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에이비온은 지난 10월 11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AACR-NCI-EORTC’에서 별도의 쇼케이스를 갖고 연구자들과 사업개발(BD) 평가자들을 초대해 폐암신약후보물질 ‘ABN401’(바바매킵)의 임상 1/2상 중간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ABN401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쟁쟁한 경쟁약인 노바티스의 ‘타브렉타’(Tabrecta, 성분명: 캡마티닙), 머크사의 ‘텝메코’(Tepmetko, 성분명: 테포티닙)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기 에이비온 대표는 AACR-NCI-EORTC 기간에 별도의 쇼케이스를 갖고 연구자들과 사업개발(BD) 평가자들을 초대해 ABN401의 임상 2상 중간 데이터를 발표했다. (사진=에이비온)
c-MET 돌연변이 잡을 신약 향한 글로벌 수요 여전

c-MET 돌연변이는 상피세포수용체(EGFR)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처방으로 인해 발생한다. c-MET 변이가 발생하면 기존 항암제의 약효가 잘 발휘되지 않지만 해당 환자를 위한 치료 방법은 아직 마땅치 않다. 문제는 c-MET 환자는 타그리소 처방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c-MET 저해제 수요가 상당하다. c-MET 표적치료제 타깃 환자 수는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10%인 25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제약시장 분석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글로벌 c-MET 저해제 시장 규모는 2020년 25억1900만달러(약 2조8000억원)에서 2026년 47억26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이비온은 기존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한 c-MET 저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BN401 개발에 나섰다. ABN401는 우월한 안전성으로 계열 내 최고 약물(Best-in-Class)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일 1회 복용으로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에이비온은 ABN401의 임상 1상과 2상을 통합한 임상 1/2상을 진행해왔다. 2021년 호주와 한국에서 글로벌 임상 1상을 마치고 올해 1월 글로벌 임상 2상 첫 환자 투약을 진행했다. 해당 임상은 c-MET 환자 중 엑손 14 결손(Exon 14 skipping) 환자를 대상으로 한국, 대만, 미국에서 진행됐다.

ABN401 임상 2상 중간 결과 “경쟁약 대비 유효성·안전성 우수”

에이비온은 이번에 ABN401 800mg을 투약한 환자 24명 중 MET 엑손 14 결손 변이로 인해 비소세포폐암이 발생한 환자 17명을 중심으로 분석한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ABN401의 경쟁약 대비 우수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모두 입증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해당 임상의 중간데이터에 따르면 ABN401의 객관적반응률(ORR)은 전체 환자군에서 5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캡마티닙(48%)보다 높고 테포티닙(53.6%)와는 근소한 수치다. MET 저해제로 치료받은 경험이 없는 환자군에서 ABN401의 ORR은 75%로 캡마티닙(72%)보다 높았다. 테포티닙은 임상 2상에서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군의 ORR 데이터를 보고하지 않았지만, 약품설명서상 해당 수치는 43%에 불과했다.

특히 ABN401의 안전성이 경쟁약 대비 우월했다. ABN401의 3등급 이상 부작용 비율은 8.3%으로 나타났다. 캡마티닙과 테포티닙이 각각 48%, 18%였던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또한 ABN401의 중대한 이상반응(SAE)은 3.2%로 테포티닙(10%)보다 상당히 낮았다.

가장 많이 발생한 ABN401의 부작용은 어지러움, 구토, 설사 등 일반적인 티로신인산화효소저해제(TKI) 부작용과 유사했다. 기존 치료제의 문제점인 3등급 이상의 부종이나 간·신장 독성은 0건으로 나타났다. 켑마티닙과 테포티닙의 한계로는 3등급 이상의 부종 관련 부작용 사례가 손꼽혀 왔다. 심각한 부종이 발생하면 약물 투약을 중단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암세포가 다시 확산될 위험이 생기게 된다.

반면 ABN401의 말초 부종 부작용은 1~2등급 수준으로 약물 복용을 중단할 정도는 아니었다. 캡마티닙의 경우 부작용으로 인해 임상을 중단한 환자 비율이 각각 10.3%에 달했지만 ABN401은 임상을 중단한 환자가 1명도 없었다. ABN401이 안전성 측면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허가 신약보다 우수한 수치를 확보한 셈이다.

안전성 기반으로 가속승인 준비·병용임상으로 기술수출 가능성 ↑

에이비온은 이 같은 안전성을 바탕으로 가속승인 가능성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1분기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ODD)으로 지정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에이비온은 FDA로부터 임상 3상에 앞서 시장 출시가 가능한 가속 승인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빠르면 내년에 품목허가를 획득, 출시하겠다는 게 에이비온의 목표다.

ABN401은 독성 이슈가 없기 때문에 병용요법으로 사용하기 적합할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제기됐다. 타그리소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c-MET 저해제 ‘사볼리티닙’과 타그리소의 병용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에이비온은 단독요법뿐 아니라 향후 EGFR 변이 타깃 TKI와 병용 임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에이비온 관계자는 “병용 잠재력의 확대로 기술수출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ABN401은 경쟁 약물들 대비 높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유하고 있어 병용요법으로서의 매력도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며 “이번 데이터 발표를 통해 좋은 병용요법 후보물질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빅파마의 파트너십이나 기술이전(L/O)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비온은 이번 임상에서 입증한 유효성과 안전성 결과를 토대로 기술이전 논의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유럽종양학회(ESMO), 바이오유럽(BIO-EUROPE) 등 다양한 국제 행사에 참가해 다양한 파트너사와 미팅을 진행하면서 기술이전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에이비온 관계자는 “c-MET 표적항암제와 관련한 글로벌 기술거래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에이비온은 이미 개발 파트너 확보를 위해 글로벌 제약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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