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31일(현지시간)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로 계속 유지하면서도 “이미 진행 중인 공공 재정 악화와 신뢰할 만한 재정 강화 계획 부재를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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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는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전부터 미국의 높은 재정 적자와 부채가 이미 증가하는 추세였다”며 “이런 것들이 미국의 전통적인 신용 강점을 약화시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충격이 지나간 후 공공 부채를 안정화하기에 충분할 만큼 공공 재정을 강화하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AAA 등급의 국가 중 정부 부채가 가장 많다는 점도 보고서에 적시됐다. 피치는 미국의 일반 정부 부채가 오는 2021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30%를 넘어설 것이라고 봤다. 올해 재정적자는 GDP의 20%, 내년 재정적자는 GDP의 11%로 각각 전망됐다.
또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의 심각한 분열 상태가 경제 회복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치는 “정치적 양극화가 제도를 약화하고 초당적 협력의 범위를 좁게 해 장기적인 재정 과제에 대한 대응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미국의 경기 수축이 덜 심각할 것이라고 이 회사는 내다봤다. 피치는 올해 미국 경제가 5.6% 축소되고, 내년에는 추가 하강을 피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정책을 전제로 4% 회복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