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탈원전으론 2050 탄소중립 현실성 낮다"

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 인터뷰
“2050탄소중립 의미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워”
“재생에너지, 화석연료 대체 급급…수소경제도 영향”
“탈원전 기조 수정 불가피…국민·기업도 함께 나서야"
  • 등록 2020-12-09 오전 6:15:00

    수정 2020-12-09 오전 6:15: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철강, 석유화학 등 국내 기간사업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전기와 화석연료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 재생에너지로는 석탄발전을 대체하기에도 급급해 다른 탄소배출원까지 대응할 여력도 없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저(低)탄소 에너지인 원자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수송생활저감 위원장인 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는 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35%까지 늘리는 게 최대값이라고 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원자력발전 없이는 수소경제의 핵심인 수소 연료 생산 등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의찬 세종대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책임교수가 지난 1일 오후 세종대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최정훈 기자)


다음은 전의찬 교수와의 일문일답.

-2050년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의 의미와 한계는 무엇인가

△이번 탄소중립 선언과 추진전략은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탄소 순(純)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진 못하더라도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방향은 맞다. 그러나 정부의 그린뉴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활용에 있는데 온실가스 배출감축 측면에선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녹색성장 때도 5년마다 계획을 만들었고 대부분 내용이 온실가스 감축이었다. 10년 전부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2050년 탄소중립도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화석연료와 전기에 기반한 문명이기 때문이다. 사실 전기를 쓰는 문명을 벗어 던지지 않고 탄소중립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 편리한 환경에서 살기 원하면서 탄소중립을 원하는 건 탄소를 전혀 쓰지 않는 한 어렵다.

-탄소중립을 위한 화석연료 퇴출은 원자력발전 없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는 입장에서 원자력발전소는 도움이 되는 에너지원으로 거의 0에 가까운 저탄소 에너지다. 원전이 없다면 국내 발전비중의 4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를 현실적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태양광은 해가 지고 난 뒤 눈 또는 비가 올 때, 심지어 아침에도 발전량이 떨어지고 풍력은 바람이 너무 강해도 너무 약해도 안 되는 불완전하고 간헐적인 방법 발전수단이다. 수력도 전체 발전량의 5~6%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더 이상 비율을 올리기는 어렵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방식은.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40년까지 35%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이 마저도 과하다는 생각이다. 이 계획은 30년까지 발전비중을 20%로 올리도록 했는데 하지만 원전 없이는 힘든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화석연료도 거의 없고 신재생에너지도 좋은 조건이라 할 수 없다. 도시는 풍력 발전이 더 어렵다. 원전까지 축소하려면 적어도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기술이 발전해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드는 그린수소나 대규모 전기 저장장치 등이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전기가 여유가 있을 때 전기자동차 자체가 저장장치 역할까지 할 수도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불완전성과 간헐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재생에너지만으로 그린뉴딜 핵심인 전기·수소차 보급도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는 유럽 중심으로 활발히 보급과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내연기관차가 도시 온실가스, 미세먼지 배출원은 확실하다. 물론 전기차가 사용할 전기를 생산할 때도 온실가스 배출된다. 다만 도시에서 배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소차도 수소 만드는데 화석연료를 쓰게 된다. 수소차의 수소 연료 자체는 수증기가 되기 때문에 오염물질을 만들지 않지만 수소를 만들 때는 오염물질이 더 많이 나온다. 현재 수소는 거의 전부 액화천연가스(LNG)로 만들기 때문이다. 다만 화석연료로 만드는 전기를 대체하려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는 현재 친환경차 산업에 쓸 여력도 부족하다. 정부 계획대로 오는 2030년까지 발전비중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운다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호주 등으로부터 친환경적으로 만든 수소를 수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수소를 수입해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0으로 잡았지만 여전히 수소를 액화하는 과정과 운반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친환경차의 보급이 가뜩이나 어려운 일자리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중장기 정책제안을 만들 때 국내에서 전기·수소차만 판매 허용하는 것은 2040년부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같이 허용하는 건 2035년부터 하자고 했다. 두가지 안은 각각 약 50%의 지지를 받았는데, 사실 다른 기후변화 정책 제안에 비해 지지율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일자리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실제로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수소차 부품수가 2~30%가량 줄어든다. 이는 관련 일자리와 사업 부가가치의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물론 시간을 두고 정책을 진행하면 충격을 완화할 시간은 있지만 정책의 속도가 높아지면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친환경차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돌파할 수도 있다. 현재 수소차의 경우 완성차 플랫폼 가지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특히 일본은 연료전지 상용화하면서 앞서 가고 있다. 만일 수소차에 대한 경쟁력이 생겨서 수소차 산업에 선두에 서게 되고 수출 물량이 커지면 1대 만들 때는 부품수가 줄지만 2대, 3대 더 만들면 오히려 일자리와 부가가치도 증가할 수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중앙정부 외에도 국민 인식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2015년에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방문했을 때 전기 사용자가 전기 망을 선택해서 쓸 수 있었다. 당시 일반 화력발전소에 비해 태양광발전소의 전기 가격이 2~3배 더 비쌌지만 그럼에도 태양광을 선택하는 시민이 많았다. 별다른 지원제도가 없었지만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시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는 친환경 전환을 위한 전기료 인상도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임에도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세먼지, 환경에 대한 걱정은 많지만 본인이 참여하거나 줄이려고 노력은 부족해 보이는 이유다. 기후변화 교육이 공교육 체제에서 충분히 진행해 한다. 국민들 인식이 기후변화나 대기환경 문제의 피해자이자 원인제공자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끌어 들이려면.

△지금까지 경제가 성장하면서 맛있는 것만 골라 먹었다면 이제는 그렇지 않은 부분도 감당해야 할 시점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기업들은 배출권 거래제 등 정부 정책에 관심이 많지만 대부분 손익에 관한 관점으로 한 마디로 환경적인 관점에선 수동적이다.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전부 친환경 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범지구 캠페인인 RE100도 BMW,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200~300개 글로벌 기업들이 가입했지만 우리 기업은 여전히 한 곳도 없다. 정부가 마련한 시범 사업에 23개 대기업이 들어온 정도로 여전히 수동적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스스로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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