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이코노미스트 "한일 무역전쟁, 일본이 절대 유리하지 않다”

日 경제전문지 도요게이자이신문 기고문
요시자키 다쓰히코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국 등 제3국이 일본을 보는 시각 우려
"규제에 정치적 의도있다면 일본이 잃을게 적잖다"
  • 등록 2019-07-13 오후 12:22:22

    수정 2019-07-13 오후 12:22:22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G20’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한국에 대한 자의적 경제 제재를 내세우는 것은 변변치 않은 조치다. 일본은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는 나라였다. 자유주의 국가 질서에 충실한 일꾼이었고 올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이었다. 세계에서 앞장 서서 자유 무역 깃발을 흔들다가 정상 회의 종료 직후 돌변했다면 주위에서 어떻게 보겠는가?”.

13일 일본의 경제 전문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를 통해 요시자키 다쓰히코(吉崎 達彦) 소지쓰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일본이 무역 전쟁을 벌이면 일본이 절대 유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고에서 요시자키 이코노미스트는 오사카 G20 정상회의 시작 전까지는 일본 내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결과를 지켜보는 상황이었지만 정상회담이 끝나면서 모든 초점이 한일 관계로 쏠렸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입장에선 이번 규제 대상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PR·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액이 466억엔(약 5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이를 공정에 사용해 생산하는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15조 8000억엔(약 170조원)에 이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인해 일본 내에선 “일본은 잃을 것이 작고 한국은 타격이 큰 이른바 레버리지가 높은 효과적 경제 제재”란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 측 반응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지난 7일 일본으로 날아와 민간 차원에서 해결을 도모하고, 한국 정부는 정치 쟁점화와 외교전, 선전전으로 돌입했다고 그는 평가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계 이익’이나 ‘한일 관계 안정’ 등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입장에선 최소 1년 가량 걸리는 WTO 제소는 먼 얘기고 반도체 소재는 재고가 1~3개월 분 정도밖에 없으니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양국 간 분쟁에서 일본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일본 정부의 설명이 나온 7월 첫째주와 둘째주 이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베 총리의 기분은 알겠지만 세계가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정치학자 월터 러셀 미드가 지난 2일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를 통해 “일본이 IWC(국제포경위원회)를 탈퇴하고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고 언급했다며, 제 3국들의 이번 사안에 대한 시각이 중요하자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관련 수출 통제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는 일본측 입장이 “부적절한 사안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 부분에서 제 3국이 “규제 강화에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볼 경우 일본이 외교에서 잃을 것이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복하지만 명분은 제쳐두고 ‘사업을 무기로 다른 나라에 압력을 가한다’는 발상은 적어도 지금까지의 일본 외교는 없었다”며 “이번 조치는 일본의 통상 정책의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그렇지 않아도 세계적인 역풍을 맞고 있고 한국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경우 아시아 공급망을 혼란시켜 일본 경제로 되돌아 오지 않을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반도체 시황이 오히려 재기할지 모른다’는 분위기로 최근 주가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치적 의도와는 달리 경제는 여러 요소로 인해 천가지로 변한다”며 “이런 가정들이 기우로 끝나길 기도할 뿐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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